우렁 출격

SR400을 인수 받은지 어언 일주일이 다되어 간다.

철이 철인지라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인해 애만 태우다 결국 고사를 지내고 비닐을 벗기고 제대로 밤마실을 처음 나왔다.

집에 와서 밤마실 가야지 하다가 쓰러져 잠들어 일어나니 1시 반, 말로만 듣던 반포 미니스톱을 향해 달렸다. 아직은 엔진길을 들여야 하는 시기라 밟는 다던지 여러가지를 하지 못하지만(소심해서) 뭐랄까, 속력은 정말 낮지만; 바이크를 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400cc단기통 엔진이 쉴세 없이 엉덩이를 때려대는 녀석 탓에 똥꼬 주름까지 펴지는 느낌이다. 그다지 타는 사람에게 친절한 녀석 같지는 않아 계획하고 있는 전국투어의 미래는 험난해 보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해서 다녀와야 겠다.

사실 우렁이는 내 인생의 결정체다. 대책없이 일단 지르고 본 무책임의 정수다. 바이크를 샀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은 하나같이 ‘놀랍다’ 이다. 얼굴도 동글동글 생겨서 그 험악! 하고 위험! 한 오토바이를 탄다니 말이다.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도 ‘엥’ 하는 분위기도 재미있다.

그것은 오토바이의 추억을 공유하는 형아와 아빠가 아니면 알 수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어~릴때부터 아빠가 시골가면 태워주는 오토바이 앞자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형아도 앞에 타고 싶었을 테지만 내가 작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 이미 중학교 때 시골만 내려가면 씨티백을 타고 공항활주로를 누비던, 그것도 굉장한 속도로 달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때 아드레날린 한계점이 한번 터져버렸던게 아닌가 싶다.

1종 면허를 따자마자 피자헛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였으나, 그로부터 십 여년이 더 지나서야 2종 소형면허를 따고 바이크를 산 것은 게을러진 인생에 대한 미룰 수 없었던 참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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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오는 갑작스런 사건들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내부에서 요동처 나의 행동이라는 결과물을 만든다. 완벽한 IO 구조를 가지지만 ‘나’ 라는 변수는 ‘시간’ 으로 쌓인 나의 ‘삶’ 이기에 예측가능하면서도 ‘선택’이라는 극적인 구조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나서게 된다.

덜컥 천만원을 지르고 나서 비어있는 통장을 보며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고, 굳이 킥스타터를 왜 이리 좋은 시절에 샀을까 싶은 후회를 하면서도 누가 이기나 해보자 혼자 다짐도 하고.

시간은 흘러간다. 불과 2, 3년안에 올지도 모르던 ‘대학생’ 이란 존재를, 20세라는 나이를 징그럽게 보다 20대가 되고 영영 안오리라 생각했던 30대가 되고도 한 두 해가 지난다. 이젠 지나간 시간을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조금 아주 조금 슬프지만 삶을, 시간을, 똑바로 바라보며 헤쳐나갈, 그리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간다.

결론은 즐거운 라이딩, 안전한 라이딩 하자!

금요일 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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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시간이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도 잘가는 듯 한다.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하면서 이 밤거리 어디든 쏘다닐 생각을 하며 맥주 캔을 땄다.

얼굴은 부어서 터질 것 같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나날이 망가지는 몸을 보며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또 하루가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 잘가는 듯 하면서 하루가 끝난다.

 

최근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아이돌 1세대들이 차트로 돌아와 선방하는 것이다. 그 당시 립싱크에 분노하고 음악성에 좌절했었던 기억은 어느샌가 추억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지오디의 “미운오리새끼”를 비롯하여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너를 너를 너를” 은 단순히 과거의 팬들이 추억으로 음원을 구입하고 듣는 것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차트에 남았다. 그 전에 휘성의 노래도 있었고 말이다. 라이징 스타인 EXO의 노래도 잠깐 팬들의 힘빨(?)까지만 당겨지고 내려오는 와중에도 차트에서 완전히 식지 않은, 미지근함으로 남아 있다.

여담으로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노래 Day by day를 좋아했었다. 아니 노래 보다 가사가 참 좋았다. 대중가요, 발라더들을 혐오(?)하던 락키드였지만, 게다가 증오하던(!) SM에서 나온 그룹의 노래였지만 말이다. 사실 그 이 후에 나온 노래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은 함정이지만…

마녀사냥에는 신화의 맴버인 신혜성이 나와서 낮저밤이를 외침을 다 듣고 나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돌렸다. 라인업이 나쁘지 않은 오늘의 방송 중 요즘 가장 눈여겨 보고 듣는 악동뮤지션이 플라이투더스카이 다음으로 나왔을 때다. 악뮤의 동생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플라이투더 스카이 선배님들은 17년 우정이라는데 전 태어난지 16년 밖에 안지났거든요”.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쿵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 난 무얼 하고 있나 생각했다. 지난 대선이 남긴 정신적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나 하며 사회에 관심도 활동도 안하다가 세월호에 수 많은 목숨을 떠나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야지 하고 혼잣말을 했다. 과거는 늘 그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 왔을 때, 그때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해서 손을 빼지도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해지는 것일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쥐오디도 늙었고 휘성도 플라이투더스카이도 몸도 얼굴도 달라졌(?)다. 그 때, 그 때,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그때 노래가 아닌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나도orz 그렇지만 그러지 않게, 늘 뜨겁게 가고 싶다.

-글이 두서가 없는 이유는…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에 jtbc에서 하는 끝장토론을 보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