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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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날 인수 받아서 7월 23일날 적산거리 1000Km를 드디어 넘었다.

이 수치가 유의미한 이유는 바로 엔진길들이기의 첫번째 단계가 끝났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메뉴얼에 따르면 0-1000km에서는 3500rpm을 넘기지 말고 1000km를 탄 다음에는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를 갈아주라고 되어있다.

5단에서 3500rpm에 맞추면 대략 75-78km/h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데(80은 못넘음) 이게 굉장히 갈증나는 속도였다. 말그대로 80은 못넘고 스트롤도 조금만 감았으니 앞에 차가 없을 땐 더 감아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1000km 타는 동안 딱 두번, 풀 스트롤을 감아봤는데, 정말이지 이 두번이 없었다면 에이씨 하고 엔진 길들이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잠깐이나마 풀스트롤을 감아 질주하였을 때 그 진동과 느낌이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있었다.

999km에 딱 맞춰서 군자 바이킹넷에 가서 엔진오일을 갈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올 예정이였던 날씨라 바이크를 두고 용극장에 다녀오리라 생각했는데, 잠깐 비가 쉬는 사이에 그냥 타고 나와버렸다. 극장에 와서 프로젝터 교체로 인해 여러가지를 바꾸고 잠깐 밖에 나와보니 비가 굉장 하게 내렸다. 아아 망했다를 외치고 다시 일을 하고 나오니! 비가 오지 않는 것! 덕분에 바이킹넷에 안착하였다.

이제 1600km까지는 4200rpm이하로 유지를 하고 이것이 끝나면 길들이기는 끝이 난다. 대략 도현이를 만나고 오면 될 듯한데, 시간과 날씨(..)가 허락해 줄지 모르겠다.

처음 구매 결정부터 인수까지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누우렁이, 점점 더 애정이 간다.

정말 재미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었고, 좀 있으면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된다. 딱히 월드컵 결승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어린이 대공원 역에 있는 탐탐에 와서 스무디 한잔을 시켜놓고 한 시간째 뻐기고 있다. 그것도 1층에서…

서울에 도착한지 이제 4시간이 지났다. 10여일 정도 힘껏 달려 다시 도착한 나는 그 전과 조금 기분이 다르다. 그 시간 동안 공연을 3가지를 올렸고 한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일정을 가졌다. 오랫만에 다시 올라간 ‘마법사와 쫓겨난 임금’을 용극장에서 셋업하고 바로 제주도로 가서 ‘영영이별 영이별’을 공연하고 서울로 돌아와 찍고 다시 대구로 가서 ‘씽씽욕조와 코끼리 페르난도’ 를 올렸다.

 

그리고 난 지금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상황에 마주치고 이런 저런 감정들을 지나쳐 온다. 그러한 비슷한 상황의 반복과 어디서 느껴본 감정을 지나칠 때는 이미 적응하거나 무덤덤해졌다면 그것은 나이를 먹은게 분명하다. 경험의 반복은 우리에게 일정한 답을 가르쳐주고 대게 처음보다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분명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인생의 파고의 차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점점 지루하게 만든다. 처음 설레였고 즐거웠던 일들은 ‘이쯤되면’ 이란 말로 반감이 되고 또 반감이 되고 마치 방사선량이 줄어들듯,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갈 수록 줄어들게 된다. 실증 잘 내기로는 1%의 상위권안에 들꺼라 자부하는 나에게 반복은 독이요, 정말이지 참기 힘든 일이다. 최근엔 공연이 그랬다.

공연장에 올라가는 것들은 안정성을 담보로 한다. 빵구가 나면 도저히 극을 진행시 킬 방도가 없는, 막다른 골목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조차도 배경영상이나 만들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욕심때문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속에서 긴장감이 점점 떨어지고 늘어진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최근엔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런 저런 제안들을 던져 놓고 있었다. 한 발 자국씩 때어놓고 가는 것이다.

마법사와 쫓겨난 임금을 세팅하고, 제주도에 가 영영이별 영이별을 하고 나니 대구에서 씽씽욕조와 코끼리 페르난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난 지칠데로 지쳐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프로젝터 설치까지 하려니…더군다나 에어콘도 틀어지지 않은 찜통은 정말 쇼킹했다. 제작도 하지 않기로 했던 공연이었지만 들었던 말과 다른 컨디션에 결국 제작, 그리고 돈계산에도 들어있지 않던 오퍼까지, 화수목금토일 내내 대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이로 말할 수 없는 더운날의 짜증폭탄주였다.

더군다나 나만 멘붕이 아니라 모든 제작하시는 감독님들이 그랬으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런지. 무대 제작을 일주일을 꼬박 새시고도 공연장와서 작업하시는 숙향감독님을 보니 불만조차 말 하기 힘들었다. 수요일에는 영상셋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줄 알았지만, 이 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블라블라블라.

 

배우들의 열정과 감동적인 그리고 숙향감독님들 눈물과 땀과 인간미가 넘치는 팀파이팅(..)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은 무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으로 인해 감동을 주고 힘을 받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