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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다녀왔다.

오후 5시 출발 열차를 타고 가서 10시 반 막차를 타고 왔다. 언제 목포에 와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생에 첫 방문 같이도 한데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두홍이 형의 장례식에 다녀와서 인 것 같다.

며칠 전 심장이 아프다고 부모님께 연락 했었다고 했다. 직장 동료 분이 3일간 연락이 안 돼 경찰과 같이 찾아 갔었을 땐 이미 늦었다. 

 
고딩 때 깡 형의 친구로서 처음 만났다. 말수도 적은 편이지만 한번 말이 열리면 말 그대로 열심히 말하는 형이었다. 15년 전쯤에 일을 하러 목포로 내려가면서 간혹 보던 일도 줄었지만, 경조사에서 보고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다. 

얼마 전 깡 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우리는 장례식장에서 또다시 오랜만에 만났지만 내가 떠나는 시간과 도착한 시간이 맞물려 오래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그때가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가 헤어질 때 모습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도 구하지 못해 몇 해 전에 다른 형의 결혼식에 단체 사진에서 크롭 해서 썼다. 요즘처럼 사진 찍기 쉬운 시대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안 남았다는 것이 참 야속하다.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코로나 체험기

CNC 비트가 부러진 김에 괜히 공구 하나 같이 폭풍 결제하고 쓰는 코로나 체험담.

-4일차.

목이 간질간질한데 뭐지? 아니 간질간질한 느낌은 아니고 뭐가 걸리는거 같기도 한데..아니 뭐가 걸리는거 같다기 보다 뭔가 이상한 감각.

-3일차

자가 검사 킷 음성.

-2일차

여전히 같은 비슷한 이상한 느낌. 기침도 없고. 그런데 뭔가 생전 처음 이상한 목의 이물감같은 느낌이 이틀 째 연속되는게 조금 신경 쓰임.

-1일차

오늘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 혹시 모르니 자가검사 킷- 음성(아침)

저녁에 나서기 전에 혹시 모르니 자가검사 킷 – 음성(저녁)

심박수 정상60대 산포도95

“목이 뭔가 이상하고 기침이 아주 간혹 나긴 하는데 검사 킷에서는 안나오네”

당일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뭔가 이상하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열이난다.

자가 검사 킷 – 아주 약하지만 두줄인거 같이 보이는.

혹시 모르니 일을 해야하니 작업실에서 컴퓨터를 챙겨옴.

밤이 되고 정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이 좋다는 심정으로 치킨을 시켜서 흡입하고 누움.

1일차

백신맞고 아플때랑 비슷했던거 같은 느낌이 듬. 근데 그것보다 더 아픈. 자는 내내 불편하고 아프고 일어나도 아픈데 어제밤 만큼은 아닌거 같지만 심박수는 100이상이고 산포도는93.

일요일이라 연 병원이 없으니 오후1시까지만 여는 세곡동방죽공원 임시 선별검사소에 직접 차를 몰고 도착. 자가검사키트를 안챙겨와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한후 선명한 두줄과 함께 PCR검사로 바로 넘어감.

정확히 24시간 정도 어제로부터 지나니 확실히 어제보다는 살만하니깐 막 난 괜찮은거 같고 약하게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가 싶음.

2일차

심박수는 여전히 100을 넘고 산포도 측정도 91-93사이. 89도 봄.

그래도 두통이 가셔서 살만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엘든링을 구매하고 싶어짐.

자! 일을 해야지 하는데 약에 취해서 집중을 할 수 없음.

약을 조금 늦게 먹으니 열이 남.

자고 먹고 자고 먹고 하다보니 하루가 끝.

3일차

심박수는 90대로 떨어지고 산포도는 92-94 사이.

오 괜찮아 지나! 하는데 점심먹고 나니 귀신같이 목이 아픔.

선 감염자에게 목이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을 느꼈었다는 말을 듣고 겁이 약간 나는데 기침이 배가 꿀렁일때까지 나지 않고 그냥 아주 간혹가다 나오기만함.

약에 취해 일을 할 수가 없음.

컴퓨터 왜 챙겨왔나.

바쁘다고 지웠던 게임 중에 롤을 다시 깔고 몇 판함.

금요일에 만난 사람이 확진남. 미안함->어제는 심박수가 140이상에 38.4도의 고열이 이틀간 지속되었다고 함.

4일차

심박수는 80대로 떨어졌고 산포도로 93-95가 나오는데 머리가 다시 아픔. 목은 아프지 않고 다시 두통만 심해지니 고통이 로테이션이 되는 것 같이 느껴짐. 이 때 느낌.

이 병은 감기처럼 점점 나아지는 등산(?) 같은게 아니라 파도처럼 고통들이 온다.

오늘도 롤을 몇 판 함.

5일차

첫 날보다 더 아픔.

지금까지 느꼈던 고통들이 한번에 확 옴.

두통부터 목까지 종합세트가 되서 찾아옴.

아마도 롤이 원인이다 싶어서 다시 지움.

6일차

모든 증상들이 완화가 되고 심박수도 70대 산포도도 95이상으로 올라옴.

마치 어제의 증상은 롤이 근원이었던거 같은 확신이 느껴짐.

7일차

산포도도 97이 나오는데 여전한 약간의 두통은 여전.

드디어 격리 해제.

8일차부터 현재까지.

주어진 약을 다 먹고 나니 기침이 많이 나오게 되고 두통이 여전히 간헐적으로 옴. 특히나 기침은 계속 나옴. 7일차까지는 처방받은 약 탓이었는지 몰라도 기침과 목이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좀 불편할 정도로 나옴.

내가 격리한 기간에도 여러 채팅방에서 걸린 소식들이 전해져 왔다. 아이가 있는 집, 혼자 살지만 확진자와 잠깐 식사를 한 친구. 부모님의 지인들. 잠깐의 몸살처럼 지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난 괜찮은 사람들 중에서 꽤 독하게 물린 느낌이다. 3주넘게 고생중이신 분들도 있고 병원에 입원한 지인의 동생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난 아버지를 통해 감염되었다. 내가 아프기 4일 전에 확진을 받으셨는데 그 전에 잠복기에 옮긴거 같다. 나와 어머니는 거의 동시에 걸린 것으로 보아 확신을 가진다. 여튼 한 집에 격리하면서 모두가 확진자니 방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는건 편하긴 했다.

여러 변이를 거처 오미크론까지 버텨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작업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