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최초로 간 학교에 첫단추를 껴주신 초등학교 1학년 4반, 이광자 선생님은 반 아이들과 학부형들과 본인의 코멘트를 담은 책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에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림을 그리면서는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해야 하고, 고무줄 수레를 만들어 굴릴 때는 고무줄 수레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곤 하든 넌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생각나게 하는 아이다.
“선생님, 책을 바꿔 주세요.”
입학식 다음날 두 번씨이나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큰 소리로 말하던 조그만 네 모습이 귀여워서 선생님들이 모두 웃으셨었지?
무엇이나 자세히 보고,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규빈이는 남에게 그냥 져주는 법이 없었지? 일기도 잘 썼지? 샘도 많은 넌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보다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일꾼이 되어 무슨 일이든지 꼭 이루리라 믿는다.
나는 아직도 어린 라임 오렌지 나무와 작별하지 못한 듯 하다.
여든 한 살쯤 되면 라임오렌지나무와 작별할 수 있을래나.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옛어른들의 언명을 지키려면.
다시 책상을 정리하고 펜을 갈고 책꽂이를 정돈하면서
그래, 그랬지, 늘.
무엇에 쫒기는 듯 늘 허둥거린 이유를 이제사 알아낸 것.
09년 상반기 몇 개월동안 가장 느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를.
그 시간을 비켜서서보니 열살 이후 가슴에나 머리속에 갈등이
가장 적었던, 없었던 유일한 시간 이었다는 것.
이 파도가 모래사장에서 작은 그림 하나 남기고 사라지고 나면
다시 여섯번의 여유가 찾아오겠지. 강한 파도는 일곱번마다 온다 했으니.
나는 내면의 갈등이 삶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요인인지 아님 단지 귀찮은 것인지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