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켰는데

7일장이 지나고 티비를 켰다. 어제 밤에 술에 취해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노무현 뿐이었다. 두 눈에 보이고 두 눈에 들리는 모든 것이 그랬다. 분명 그랬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토요일이 왔다. 다시 토요일은 잔인했다. 전날 가볍게 한잔하자고 나갔다가 또 술술 들어간 술때문에 점심느즈막히 일어나 켠 티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지지난주와 같이 똑같은 개그프로가 재방송되고 드라마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잠에서, 술에서 깬 세상은 이전이 마치 신기루였다고 말하였다.
 
추모의 열기가 진심이었던지 분위기를 탔던 것이였던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죽은자에겐 관대한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이 나라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런 의식의 자각이 없다면 지난 일주일은 술먹고 자랑거리로 밖에 안남을 것이다. 잊지말자, 잊지말자 외치진 않을란다. 다만 제발 깨달아 달라는 것이다. 경찰에 의해 일주일 만에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고 있는 그의 영정 사진을 텔레비전은 웃음으로 덮어버려도 말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인생을 즐겨야지.
오늘도 하루종일 되뇌였다.
술을 앞에 두고 자제가 안되는 내 자신도 컨트롤 해야할텐데.
오늘 밤도 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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