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고민중이에요

어제도 웃는 얼굴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켜서 무현이형 기사를, 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찔끔하다가 내 신세 한탄하나하다가 5시에 시작한 발인을 생중계로 지켜 보았지요.

사실 나는 믿지 못하고 있어요, 아니 믿지 않고 있어요. 매일 매일 티비에서 웹에서 라디오에서 그에 대한 사진과 글과 음성과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죽었다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요. 대통령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담배피고 막걸리푸고 썰매타고 자전거타고 오리농사 짓고, 마당앞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인사 한번씩 하는 그 모습들이 작년에도, 그리고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계속 난 보고 있는 걸요.

유리창 밖에서 피어나는 햇님따라 사람들도 일어나 있을터인데, 이상한 소식을 들었던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걸어놓은 조기는 아직도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집 밖에 없는 걸요.

내가 병신이고 못난거죠. 의심많고 찐따지요. 죽었을리가 없는데, 무현이형이 저 세상에 간다고 훌쩍 날았을리가 없는데, 혹시나 하고 걸어놓은 태극기는 바람에 말려서 펄럭펄럭하지도 않는데, 시청앞에 갈꺼라고 오늘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준비해놓은 카메라는 그래요 부질없는 거죠.

하루가 더 지나고 몇일이 더 지나고 나서 혹시나 어쩌다 새로운 노간지씨리즈 사진이 안올라 온다면, 그때 나에게 내안에 무엇이 남아있을까요. 죽은사람은 죽은 사람 산사람은 즐겁게 살아야지, 지난 일주일 내내 입으로 조아리며 또 이야기하며 웃고 공부하고 일을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지금 내 가슴은 멍멍이 같아.

베란다 문을 여니 생각보다 쌀쌀한 아침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마음 속의 깜깜한 불이 지금도 더 커져갑니다. 무현이형이 남겼다는 글귀대로 가슴한구속에 턱하고 막히는 이 것들을 토해내고 버리고 싶은데 입에선 씨발좆같은개같은이란말이 수만번도 더 반복됩니다.

난 아직 믿지 못하는데, 그 기사를, 그 뉴스를 내 눈으로 직접보지 않은 그러한 것들을 난 믿지 못하는데 시청에 가야 할까요.

나는 지금 고민중이에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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