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금방 잊혀지고 나쁜 것은 더 오래토록 남는 거야

광화문에 있다가 야간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막차일까봐 헐레벌떡 뛰어가서 올라탄 차엔 그리 많은 사람이 있지 않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맨 앞자리는 비어있었다. 뛰어서 힘들기도 하고 좋은 자리도 있는 겸 그 자리에 앉았다. 지난 번에 탔을 때보다 15분여 일찍인 시간에 탔는지라 도대체 이 차의 막차시간은 언제인지 알고 싶어서 기사 아저씨께 물어보았다. 대답은 1시 50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게 막차라고 하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광화문에서 만난 40대 초반 아저씨에게도 6.10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태어나 있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6월 항쟁의 사진을 보고 난 뒤에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들을 보면 늘 여러가지를 묻게 된다. 그리하야 친절하게 이것저것 말씀해 주시는 것을 보고 문득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첫번째는 역시 시위였다.


하는 시간에 영향을 주는 요근래의 시위는 어떻게 와닿으실까. 혹여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물었다. 대답은 쿨했다. “틀린 것은
바로 잡아야지, 짜증같은거 하나도 안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의식이 깨어있어서 옳은 일을 찾아갈 줄 안다고 믿어.” 이런저런 내
의견과 아저씨의 말을 듣다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오늘 따라 사람들이 별로 안탄다며 이야기 하시길래 “그래도 주말에
술취한 사람들 버스타는건 여전하죠?” 하고 물으니 허허 웃으시며 심야버스 이야기를 해주셨다. 처음 심야버스를 만들게 된 취지는
평화시장이나 그런곳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막차타고 일하러 나와서 시장 둘러보고 첫차타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처음 심야버스를 운행할 때 만해도 한번 운행에 300명도 넘게 데리고 다니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버스마다 만차에 끝내는 못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시며 “요즘은 없어, 다들 택배로 시키는지 뭔…” 이제는 심야버스는 술취한 사람들을 위한 차가
되어버렸다고 하시며 약간은 씁쓸하게 웃으신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사이에 한 정거장에서 사람 몇몇이 탄다. 전부가 교통카드로 삑삑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데, 한 사람이 현금으로 냈다. 동전이 딸랑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낮설다.

“아저씨, 혹시 이런 동전 떨어지는 소리 그립지 않으세요? 왜 예전엔 사람들이 많이 타면 동전 한번에 휵! 하고 내리면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딸랑딸랑했잖아요. 요즘은 카드로 삑삑 대는데 허전하지 않으세요?”
“편하지 뭐, 예전엔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하도 들으니깐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얼마짜리가 몇개 떨어지고 얼마가 들어가는지 다 알았어.”
“그럼 사기로 돈 집어 넣는 사람도 다 아셨겠네요?”
“물론이지, 예전엔 그런 사람들도 많았어. 거 50원짜리하고 토큰하고 크기가 비슷했잖아. 그래도 떨어지는 소리가 또 다르거든. 한가지 일을 주욱 하면 그게 바로 달인이 되는 것같어.”
“제가 기억하는건 어려서그렇지만 10년정도 밖에 안될텐데, 세상은 많이 참 편리하게 변해가는데 뭔가 허전한거 같아요. 자꾸 뭘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허허 잃어버린 다라,..자꾸 잃어버려야 새것을 또 찾고 받아들이지. 그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아닐까. 젊음을 잃어버리는 대신에
노련함을 얻게 되듯이 말이야. 허허허그래도 살다보면 좋은 것은 금방 잊혀지고 나쁜 것은 더 오래토록 남더라구.”
“저도 이제 그런 연습을 할 때가 온 거네요.”
“그렇지,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듯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게 끔 하는게 인생이니까.”


리고 나서 안전운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교통사고 -길거리의 시체들도 참 많이 보았다는, 그런데도 바로 또 버스를 운행했어야
했다면서- 어느 덧 내가 내릴 광나루역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님들하고 이야기 하는 것은 자주지만, 버스기사 아저씨와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인 듯 싶었다.

요즘들어 시위에서나 여러군데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맨날 책에서 읽기만 했던 내용들을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들으며, 내가 느낄 수 없는 과거의 일과 그들의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보며 아침 해가 뜨기전에 하루를 끝마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