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 나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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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바뻐지기 전의 이순신 동상 앞.


어제 전경버스 앞에서 완전 흥분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작았던 목소리는 더욱더 커져갔다. 단체로 참가했고 우리 자유인데 왜 뭐라하는 것이냐. 지금까지 온 시민들과 함께 해주던지 이 자리를 시민들에게 양보하면 안되느냐. 앞뒤 끝도 없는 대화 아닌 대화에 질렸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전경버스 앞 중앙은 그네들의 차지였다. 여기저기서 언제이렇게 모였나 싶은 깃발들이 펄럭인다. 그 깃발을들 보고 있자니 갑자기 불현듯이 가슴속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처음 전경에게 맞는 시민을 보았던 그 날 새벽처럼 말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맞는 것을 보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계속 보다보니 그 날처럼 흥분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생소한 풍경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한 남자가 진행을 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자유발언 할 사람들을 찾는다. 여기까지도 참 많이 보던 풍경이였다. 이윽고 어느 학생이 앞으로 나와 확성기를 쥐어든다.
“XX학교에서 나왔습니다”
XX학교 깃발이 새차게 흔들린다. 그리고 XX는 ZZ로 바뀌고 YY로 바뀐다.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풍경에 할말을 잃었다.

처음 촛불문화제에 나왔던 중고교생들이 누가 깃발들고 나와서 이야기를 했던가. 어느 직장인이 자기 어디어디 다닌다고 이야기를 했던가. 걔중에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개되면 불이익이 간다는 것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앞에 혹은 마이크가 안되는 날은 중앙에 서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처음 영상올릴때는 사람들 얼굴이 공개되어야 하는건가 마는건가도 고민해야 했었던 나였었다.

근데 그들은 너무 당당했다. 어디 학교 어디 소속에 나는 누구인지, 그렇게 찾아보고 참여하길 원했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깃발 꼽고 자기들만의 구호와 자기들만의 공간의 벽을 쳐놓고 보통 사람들을 뒤로 돌렸다. 뒤로 돌아가보니 이미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12시가 지난 그곳엔, 하나의 깃발도 볼 수가 없었다.

대학생들이 참여의식과 사회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정말 옳은 일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로 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그들은 보호받기 이전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해서 오늘 우리가 전경차 앞까지 왔는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

깃발을 내리고 시민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 당신들도 학생이기 이전에 이 사회의 시민이라는 것을 난 믿는다. 좋다, 깃발 까짓것 들어도 좋다. 대학생이라는, 대학생끼리라는 계층의식을 버리고 시민이 되어 모두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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