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고기 구워 먹는 법

월요일 새벽에 부산에 계시는 큰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런 사고였다고 한다. 차하고 인연이 없으신지, 끝내는 그렇게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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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시드니 마당에 혼자 갈비를 먹으러 갔다.|다 먹었다.|시드니 마당에 혼자 갈비를 먹으러 갔다. 나는 그곳에서 20% 할인을 받는다. 왜냐하면, 지금 거기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소문에 시드니에 있는 한식집 중에 가장 장사가 잘된다는 곳이다. 시티 한복판의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랄까나. 식사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을 정도다. 또한 손님들중에 외국인들이 타 한식집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로 찾아온다. 와서 고기를 구우면서 와인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인터넷의 글들중,
혼자서 고기를 구워먹느냐 마느냐에 대한 글들이 있었다. 그 논란에는 고기는 1인분씩 안판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홍대에
미술도구를 사러갔다가, 1인분을 안파는 삼겹살집에서 좌절을 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여행도 혼자 다니고,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밥도 혼자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고로 나에게도 이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혼자 고기를 시켜서 먹어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먹은 것은 제외.

하지만 마당도 처음 기본 2인분의 고기를 시켜야 한다. 이미
점심은 건너 뛰고 저녁까지 먹을 각오를 하고 간 상태였다. 가서 웨이지를 받고 앉아서 소갈비 2인분과 소주 한병을 시켰다.
“다른 분들 오세요?” 라며 물을 것을 대비한 탓이라 바로 당당하게 대답해주었다.

이윽고 반찬이 놓이고, 불이
올라오고 고기 네 대가 내 앞에 놓여졌다. 지글거리는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니 잘 구워지는구나.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소주병을
열어 한잔 부었다. 사실은 그렇게 자주 뵙지도 않았고,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적도 없는 큰 어머니와 큰 아버지, 그래도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기억못하는 그때에, 내가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는거에 축하하셨던 분들, 맞나요? 그렇다면 감사했습니다. 원샷.

불이 세서
고기가 재빨리 구워지니 바로바로 주워먹기도 시간이 모잘랐다. 한대를 다 먹었을때즈음에서야  눈앞에 소주가 보였다. 허겁지겁
한잔을 더 마시니 캬아, 좋구나 좋아.(절대 한병에 만원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ㅠ_ㅠ) 실시간으로 고기를 주워먹는 것은 포기하고,
느긋히 먹기로 했다. 앞접시에 고기를 올려놓으며 말이다. 상추도 씹어먹고, 내 앞에 나온 반찬들도 다 주워 먹으며 고기를 올리고
굽고 집어 먹었다.

근데 아뿔사, 고기를 열심히 주워먹다보니 술은 남았는데 고기가 없네! 반찬도 다 주워먹었고!
이럴땐 과감하게 1인분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참 어렸을 적에는 혼자서 5인분도 넘게 먹었었는데…(사실 그 나이에, 나는
‘어린이용 5인분’ 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쯤이야 하면서 남은 술과 그리고 갈비와 함께 마무리를 지었다.

혼자 술과 고기를 먹으며 드는 생각이 달리 있는 건 아니였다. 앞에 누가 있듯이 똑같은 인생사에 대해 고민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습관 처럼 말할 상대를 찾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나 혼자 뿐이였다. 그것은 참 좋은 기분이였고 경험 이였다. 어떤 순간에 홀로인 순간은 있었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입구쪽에 앉아서 삼삼오오 모여서 들어와 같이 먹기 위해 기다리는 줄 바로 앞에서 홀로 탁자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메모지에 적어 내는, 나 자신에 대해 만족했다.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일. 한번 뿐인 삶이라는 것은 어떤 일에도 우선수위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_M#]

2 thoughts on “혼자 고기 구워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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