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할인 매장

할인매장에서 파는 과일의 가격은 두 개로 나뉜다. 정가를 받는 과일과 싸게 파는 과일. 싸게 파는 과일은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덜 익었거나 아니면 맛이 가기 직전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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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IGA에서 사온 락메론과 오렌지는 두 가지 조건을 하나씩 충족하는 훌륭한 샘플이었다. 락메론은 너무 익어버려서 빨리 먹어야 하여야 했고, 그리고 오늘 아침에 처음 먹어본 오렌지는 그럭저럭 달지만 완전 달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사기전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는 구입을 하였다. 오늘 내일은 락메론을 먹으면 되고, 그러면서 오렌지가 익을 날을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할인 꼬리표는 양날의 검이다. 꼬리표가 달린 물건은 안 팔리는 것, 혹은 엄청 잘나가는 것 이다. 재고 정리 대상과, 고객관리 차원의 것. 재고 정리 대상은 할인해도 안 팔린다면 그 다음 순서는 반품이다.


   


우리는 할인 코너 속에서 선택권을 잃어간다. 사려고 했던 물건을 잊고, 혹은 계획 이외의 할인 꼬리 붙인 물건을 선택하게 된다. 후회도 하고 뜻밖의 결과에 행운인 마냥 즐거워한다. 할인 꼬리에 의해서 원래의 선택의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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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Aspect Christmas Idol, King's park in Perth

문득 내가 할인매장의 과일처럼, 인연의 매장의 과일코너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반년 밖에 가지 않는, 빠르게 회전되는 사람들 틈속에서,  금방 서로를 잊어갈 사람들 속에서, 노래를 찍는다, 카메라를 그린다, 그림을 부른다.

Perth에서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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