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니여 안녕!

평소에 ‘절대로’ 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몇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난 ‘절대로 사랑니가 나지 않을꺼다’ 라는 것이였다.

하지만 대략 6개월쯤 무언가 왼쪽 어금니 뒤에서 꿈틀거리더니 결국엔 그분이 나셨다. 이로서 나에게 세상엔 ‘절대로’ 라는 단어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흔히들 사랑니의 아픔을 첫사랑에 비유를 하곤 한다. 사랑니로 검색을 해보면

치아가 “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인 19세에서 21세쯤에 난다고 하여 붙여진 것으로 생각되고 영어로는 wisdom teeth 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지혜를 알 만한 나이에 나온다는 뜻으로 생각되며 이것을 한자로 바꿔 지치(智齒)라고도 한다.” -from THIS

내 나이를 돌이켜보면 아주 조금 늦었다. 뽑아야지 뽑아야지 하고 있었지만 정작 생활시에는 그리 문제가 안되었기에 지금껏 참아왔다. 하지만 시험기간 동안에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으로 너무 짜증이 나서 목금토일 이라는 연휴기간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 뽑고나서 말이지만 그 통증과 사랑니는 상관이 없댄다…Orz

난 마취가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때도 마취주사가 제대로 안들어서 몇종류 테스트 끝에 가장 아픈 주사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첫번째 주사는 하나도 안아펐지만 마지막으로 테스트에 사용된 주사는 무지막지한 고통이 있었다. 또한 군대에서도 발톱을 뽑을때도 마취가 잘 안되서 주사를 몇방을 맞았던가……

사랑니를 뽑고나서 턱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또 사랑니를 뽑다가 죽을뻔한 친구도 있었다. 잘 안나있는건 이를 부셔서 조각내어 뺀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모든 정보를 가지고 종합해본 결과, 난 무척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던가. 어제 밤새서 마신 술때문에 마취가 잘 안되면 어쩌나 저쩌나 궁시렁 궁시렁, 아무리 궁시렁 해봤자 이를 뽑는다는데 나아질 것이 없고 고통하나 없는 것이 뭐가 있겠냐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며 모든 준비가 되었다.

단골 치과에 갔더니(라고 해도 마지막으로 간게 2년전이더라-_-; 그런데도 아는 척을 해주는 간호사분, 기억잘하더라-_-;) 윗니 아랫니 부터 물어본다. 사랑니를 뽑을 때, 윗니는 뽑기가 쉽지만 아랫이는 뽑기가 힘들다더라. 다행이 나는 왼쪽 윗니였기에 이런 대답을 들었다.

“아 그거면 5분이면 뽑아요.”

도대체 그 5분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이미 마음의 준비는 다 된 상태지만 의사선생님이 마취를 놓으려 하기전에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저 마취가 잘 안되는 체질이라는데 괜찮을까요?”
“음…아프면 말해.”
……

이윽고 살짝 찌르는 느낌과 함께 마취주사가 내 구강을 쑤셔댔고 그렇게 멍해져갔다. 3분정도 지났을까 4분정도 지났을까. 진료실을 떠났던 의사선생님이 돌아오더니 연장을 들었다.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약간 긴장하며 손을 꽉쥐어야 할까 어떻게 비명을 참아야 할까 고민했다.

“음…아프니?”
“아아느우요”
“하하하. 마취에 열외가 있을리가 없지, 으하하하”

그리고 2분정도 지나자 나의 첫사랑니는 더 이상 내 것이되 내것이 아니게 되었다.

아직 보내지 않은 엽서를 배경으로......


오는 길에 당신들의 대한민국2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대여신청한지 2달만이다. 처음 빌려간 자식이 한달넘게 반납을 안하는 극악무도한 정신을 발휘한 탓이다. 오늘 밤엔 마취가 풀린 턱을 부여잡고 책이나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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