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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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잡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다. 진작에 빠졌다면, 괜찮았을 일이다. 괜히 다른 사람들 끌어들이고 망한 투자자의 느낌이랄까나. 그래도 진짜 진탕에 빠진 사람은 나 혼자였다는데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무 한계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즐거웠고 그래서 그것을 줄이기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돈이면 해결이 되는 일이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 되었다. 손에 돈을 쥐는 일은 달콤하지만 계속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 여러가지를 잃었지만, 영원히 잃어버릴뻔 한 것들을 지켜냈다는게 돌이켜보니 다행이다. 그래도 또 길게 늘여보면 좋은 일의 시작이 되길.

再见

늘 그렇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멀리 내다보지 않지만 이렇게 우연치않게 생기는 일들은 내게 살아있다는 그 증거가 된다. 이를테면 난데 없이 중국에 가는 지금 처럼 말이다. 원래의 계획이었다면 나는 지금 독일을 싸돌아 다니고 있었어야 하지만 베이징을 향해 가고 있다.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 인사를 나눈 사람들 중에서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꺼 같았던 사람과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만난다. 예상치 못한 과거와의 조우는 기억을 송두리채 바꿔 놓아도 그로 인해 바뀐 삶의 방향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가 되어버린 그 순간엔 또 새로운 영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이 방향성을 가졌다. 원하든 아니든 지난 살아온 시간이 쌓인 경험은 다음 걸음을 내딛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나가 보니 삶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2007년 시드니 방구석에 앉아 요리사 옷 가슴주머니에 동그라미 그림을 그리며 내 삶에 대해 아주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고 생각했었던 그 때로 부터 또  7년이 지나온 지금 그것은 좀 더 명확해졌다.

나에겐 늦지 않은 시간이 되길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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