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째서 진짜 씨발

아 진짜 씨발 소리만 하면서 술마시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라는 노래가사가 방금 스쳐갔다.

 

신해철.

 

진짜 이 인간 때문에 내가 눈물 콧물 쏟으며 울면서 술마시는 날이 올 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래서 더 아프다.

많이 아프다.

오늘 밤은 진짜 아프겠다.

작업하든 공부하든 게임하든 뭘하든 아프다.

장례식에 틀어달라던 노래, 여기 있다.

잘가자 씨발
——
늘 신해철에게 빚진 기분 이었다.

초딩 시절 난, 서태지와 아이들의 극빠였고, 반 친구 중에 넥스트가 최고라는 친구와 싸우곤 했다. 그들의 음악을 듣지도 않고 오직 태지 라는 생각하에 그랬다.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안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넥스트의 해체 공연을 보았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그에게 미안해진 최초의 순간이었다. 이제 정말 한눈에 뿅갔는데 왜 해체인가 하고 정말 미안했다. 아쉽고 또 아쉬웠던 그 때.

끊임없이 꿈에 대해 고민하고 넘어지던 시기에 힘이 되어준 그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의 새로운 도전과 음악은 나에게 삶의 영감을 주었으며 그 자체가 음악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그의 치열한 고민과 행동은 누구도 나의 시대에 대체 할 수 없는 오직 단 하나의 등대였다. 내 대신 고민을 해주고 자신의 답을 공유하고 성찰 할 수 있게 해준 오직 하나의.

나는 그에게 빚이 있다. 그는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떠났다. 그래서 난 오늘 밤, 잠깐의 방황을 한다.

씨발. 존나 밉다. 당신이 못일어 날꺼라고 그렇게 그대로 가버릴 꺼리고 단 일초도 생각해 본적 없다. 그냥 일어날 줄로만 생각했어. 평소처럼 지금까지 처럼. 몇 일이나 깨지도 못하고 누워있다 가버릴 꺼라고 한 순간도 생각한 적 없었다. 신해철 마왕 당신이라면 이렇게 가면 안되는 거다.

연애의 발견

요즘 보는 드라마.
정유미가 나온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공중파에서 보기 힘든 직설적으로 내뱉는 스토리텔링을 가졌다.(알고보니 케이블에서 로맨스가 필요해 작가라던)

어릴 때, 속된 말로 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귄 시간의 세배라고 했다. 한 달을 사귀었다면 세 달, 세 달을 사겼다면 아홉달. 그렇게 오랫동안(?) 사귀는 일도 많지 않았으며 일 년 넘으면 정말 큰 일처럼 여기던 그 때 말이다.

시간이 지나 어느 덧 서른이 넘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켜보며 저 때 생각을 돌아켜 보면 완전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도 결코 허무맹랑함을 몰랐던 것이 아님에도 왜 저런 말들을 했던가. 그것은 아마도 헤어짐의 고통을 겪는 친구들에게 혹은 자신에게 이 끝없이 힘들게 느껴지는 고통이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알리고 숨통이라도 틔여주기 위함이 필요함을 알았기 때문이련다.

아이러니 하게도 군 생활이 가장 괴로웠던 것은 내가 군대에서 나갈 날자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휴가를 나가서도 훈련 중에도 그리고 제대 전날에도 그랬다. 정해진 삶이 주는 고통은 끝이 모를 괴로움보다도 힘든 그것이다.

최근 연애는 30년전과 다르다.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그리고 나서도 카카오톡에 친구로 뜬다. 헤어지면 끝이던 시절에서 싸이월드를 몰래 들어가보다 이제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클릭해보는 시대가 되었다. 잊으려면 눈에서 지워져야 하는데 도통 그럴 수가 없다. 헤어지고 나면 그 사람이 주었던 물건들을 다 버리며 시작하라던 충고는 전화번호 카카오톡 차단하라고 한다.

모든 것을 던지지 못한 사랑엔 미련이 남는다. 나쁜 추억들은 옅어지고 좋은 추억들은 계절이 지나며 색단장을 곱게 한다. 내가 잘 해준 것 보다 받은 것이 더 선명해지고 못해준 것들은 짙어진다. 모든 것은 추억으로 남겨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기 참 힘든 시절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몰라도 예전의 자신에게 관대해진다.

IMG_021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