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벽에 연락들이 있었다. 넌 괜찮냐고.
무슨 일인가 했다. 아침 일찍 가본 그 곳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나 있었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 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와 캠코더도 집에 두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았다. 왜 시위하는 사람중에 나서서 분신기도를 하고, 배를 칼로 가르는 사람들이 있는지. 미칠듯한 분노를 몸안에 더 이상 담아 둘수가 없었던 거였다. 카메라와 캠코더는 그 동안 나를 지켜주던 하나의 부적이 었었다. 내가 분노에 차 내지른 고함도 끝을 맺지 못하고 “이씨..”에서 끝났다. 욕하면 나도 개가 될꺼 같아서, 참고 또 참으며 평화시위 보장하라 를 외쳤다. 전경들에게서 쫓겨가며, 뛰어다니며 그래야 했다.

오늘 진압하던 전/의경 및 여러 공권력 여러분.

훗날 당신 들이 전역 후에, 어느 술집에서 친구들과 군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때, 오늘 일을 즐겁다는 듯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별거 아니였다는 듯이 말하는게 들린다면, 너 죽고 나 사는거다.

오늘 아침 밝은 태양 아래서 실실 쪼개던 놈들, 달려들면서 찍던 놈들, 명령대로 한거는 이해하는데 외박, 휴가, 전역 후에 오늘 일을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을 오늘 아침처럼 실실 쪼개면서 말하면 너 죽고 나 사는거다.

그리고 어디가서 08년에 전의경 하면서 길거리에 담배 좀 털고, 길거리에 침 좀 뱉았다고도 왠만하면 이야기 하지 마라.

아고라 글들 링크



내일 신문 1면에 이사진 나오면 그 신문 평생 구독한다…..

5월 27일 새벽의 촛불들 사진

아고라에 올린 사진 보러가기

눈앞에서 본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날 허탈하게 했다.

그렇게도 있기 싫었던 2년동안 나에게 군대에서 말하는 것은 “너희 부모형제를 적으로 부터 지키는 장한 당신!” 이였고 콧웃음은 첬지만 군대 존재 의미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니깐 주변에 이놈저놈그놈요놈들도 다 끌려갔다 온 것 아니였던가.

분명 전경들도 나처럼 ‘군복무’ 라는 이름하에 전경으로 갔을텐데, 내가 이산 저산 뛰어댕기며 그놈의 북괴군을 쳐부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이들에겐 시민들을 잡아 패는 일이 었던 것이다. 시위대 진압을 목적으로 활동한다고 백번 이해한다고 해도, 어떠한 무력도 없는 시민들에게 그들이 가한 행위는 어떠한 법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치겠다. 아주. 그래도 머릿속의 고민들은 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