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moai M/V 로 마켓팅을 끝을 보여주다

서태지의 이번 싱글인 Moai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서태지가 직접했든 누군가가 기획했든 대단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보령의 크롭써클 부터 코엑스 앞의 UFO, 티저영상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의 UFO까지 실로 대단한 전략이다. 이번에 풀버전으로 공개된 뮤직비디오만 두고 보면 ‘역시 키덜트’, ‘대장답게 순수하다’, ‘인디아나존스냐’ 등등의 글들을 볼 수가 있는데, 첫 앨범 발매 소식 이후 뮤직비디오는 이제서야 한 문장을 끝내는 방점을 찍는다. 특히나 UFO가 등장하는 부분부터의 말들이 많은데 앨범의 컨셉과 연관된 중요한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보아의 ‘아틀란티스의 소녀’ 와 다를 것이 뭐가 있었을까.

이전에 서태지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마켓팅을 하겠는가 라며 감탄한 적이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돈다발들을 보고 있자니 헉 하는 소리가 든다. 로케이션을 빼고 생각한다고 해도 등장하는 씬들 또한 많은 것이 뮤직비디오 촬영 테입으로만 DVD 한 세트, 블루레이 라도 발매 해주십시오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런 식의 돈을 퍼붓는 마켓팅은 과연 ‘돈이 떨어져서 앨범낸다’ 라는 식상한 레파토리 같은 비난으로 감쌀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연예계의 표절 마켓팅, 노출마켓팅, 연애마켓팅 수없이 본연의 분야와 상관없는 찌라시 기사들에 의해서 확대되는 노이즈마켓팅에 지칠데로 지쳤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태지의 마켓팅은 대규모 임야에다 낫질(기계였겠지만..)부터 코엑스 UFO 동영상, 코엑스 UFO 설치와 게릴라(?) 콘서트, 이상해 보이지만 서태지의 앨범안에서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번 8집 싱글의 마켓팅은 서태지 앨범만을 위한, 지금까지 보고 겪은 것중에 최고라고 생각이 든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아…이래서 Moai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나올 또다른 싱글 속엔 어떤 노래가 숨어있을지 매우 기대된다.



지금 나는 서태지 8집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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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서태지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있었다. 적어도 나는 팬이었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2학년 성욱이네 놀러가서 슬램덩크를 뒤적거리다, 신발신고 집에 가기위에 현관에 서서 문을 열려다 멍하니 티비를 응시했었다. 티비 속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인지……그간 있던 졸업식 노래를 good bye로 바꿔 부르자는 강력한 주장을 내세웠으나 의견은 관철되지 못하고 난 졸업식 노래 부르기를 거부했었다. 이등병 시절에 서태지 앨범을 너무 듣고 싶은데 고참들 눈치 보일까봐, 엄마한테 붙이라고 해놓고 친구 이름으로 써서 마치 갑작스런 선물을 보낸냥 보이도록-하지만 우편에 온 글씨가 너무 엄마스러워서(..)-해서 가끔 몰래 들었다. 그게 마지막 이었다. 그 이후로는 딱히 주목하는 사람 없이, 그와 동시에 앨범구입도 줄어들고 노래도 repeat되곤 했다.

난 이번 주말에나 앨범이 나오는 줄 알았고, 그 때 가서 매장에가면 살 수 있겠거니 했다. 올해 ETP도 무척가고 싶어하지만, 돈이 없어서 GG치고 있지만, 실로 가고 싶은 이유는 맨슨 형이 온다고 해서였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서야 들은 발매 소식 그리고 매장이란 매장은 다 sold out. 주말에 패밀리가 간다를 보면서 ‘이거 뭐 이효리에 묻혀서 우리 태지형! 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난 그에게 실험적 음악 정신을 찾아 본적이 없다. 4집의 ‘널 지우려 해’ 보다 3집의 ‘발해를 꿈꾸며’ 가 더 좋았던 이유는 연애감정을 몰랐던 어린 나에게는 오히려 매년 그려야 했던 통일 관련 포스터 탓에 더 공감이 가는 것 노래였기 때문이다. ‘교실 이데아’ 를 곱씹으며 들었던 것은 이미 발표한지 한참이 된 고교 1년생일 때었다. rock을 좋아하게 된 것은 Metallica의 fuel을 처음 들었을 고교 1년생일 때다. 그리고 가장 신나는 rock은 나에게 크라잉 넛 이다.

2008년 지금, 난 서태지를 듣는다. 어떤 이에겐 세대를 추억해버린 과거형의 스타이기도 하고, 이제는 더 새로울 것이 없는 지나간 노래 못부르는 딴따라 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서태지는 지나간 추억의 스타도, 새로운 음악을 전달하는 메신저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맘에 든, 거기에다가 참 맘에 드는 가사와 음을 만드는 그런 서태지라는 한 사람이다. 그래서 여전히 노래하는 서태지를 듣는다.

덧. 한가지를 덧붙이면 상업적인, 교활한 사업가라고 말하는 그의 면면은 정말 맘에 든다. 누가 이렇게 예고를 하고, 또 이러한 싱글앨범 마켓팅을 하겠는가. 4집 컴백홈 첫 번째 1위에 경합에 올랐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을 물리쳤던 R.ef 가? 서태지 100만장 팔때 200만장 팔았다던 조성모가? 앨범 케이스를 퍼런 색으로 물들였던 이지훈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음반판매량보다 싸이월드 음악 다운로드 횟수가 중요해진, 노래는 듣는 것이 아니라 틀어 놓는 것이 되어버린 지금, 과연 누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