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는 이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머릿속에 떠오른 무언가를 실체화된 이미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적엔 크로키를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는 수십번 쳐다보고 그려도 전혀 비슷하지도 않게 그려내고 나서는 좌절하곤 했는데, 어떤 이들은 그저 쳐다보고 슥슥 연필을 긋는 것으로도 무척이나 정확한 선을 그리곤 했다. 그들을 동경하고 따라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을 했(던가)지만 그런 것이 내 그림이, 내 선이 아니라고 단정짓고 나서부터는 선을 긋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영상을 만들때는 머릿속에 선을 긋는 과정이 더더욱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른 화면을 만들 수 있을지 공학용 계산기처럼 두들겨 볼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한프레임씩 머릿속에서 export를 하자니 다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머릿속에서 화면을 만드는 일은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작업을 하다보면 반응속도에 미칠지경이다.

그런데 더 미치는 일은, 구현하는 방법을 모를 때이다. 무한한 백지에 붓을 놀리는 것이 아닌, 저 맑은 하늘에 소리를 지리는 일이 아닌 일이라 주어진 tool을 잘 사용해서 구현을 해야할지언데, 이건 뭐 방법을 모르면 정말 온천이 어디서 나올지도 모른채 땅을 파는 기분이다. 아예 방법조차 생각이 안난다면 그냥 잠이라도 잘텐데, 아주 조금의 실마리의 끈을 쥐고 있자니 될듯 싶기도 하고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럴때에 정말 이끌어줄 선생이라던지 선배라던지 뭐든지 날 편하게 tutorial을 보여줄 사람이 있다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이 든다.

결국 어느 분의 도움을 받아 실마리를 얻어 새벽부터 지칠 때까지 삽질하다가 침대에 기어들어가 2시간만에 잠에서 깨어 또 삽질하다가 유레카! 를 외친지 1시간만에 끝났다. 아…참을 수 없는 이 시간의 허무와 가벼움을 느끼다 밖을 보니 햇살이 밝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어디에 소속되기 싫어서 혼자 제멋대로 살겠다고 뛰쳐나온 것은 나인 것을.

4 thoughts on “밤을 새는 이유

    • 기분좋을 땐 그 상황과 감정을 즐길 수 있다! 넉넉한 삶! 하고 외치다가도 기분이 나쁠 땐 이런 것 따윈 지겨워! 하고 때려치고 싶다고 외쳐버리는 것이지…(자주 그런 경향이 있는 1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