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푹 빠지다.

청계천에 빠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자 현 대권후보가 [완소청계천]을 싹 밀어버리고 만들어 놓은, 흐르는 물속에 푹 빠졌다. 어느 중년 아저씨가 옆을 걷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다정해 보이는 남녀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해는 이미 저물어 밤이 되어버렸고 주변 건물과 가로등 불빛이 청계천에 어렸다.

밤 10시의 광화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곧 광화무니언에서 탈퇴식을 가지는 총수네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고 길을 건넜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부터 왠지모를 좋은 기분에 베시시 웃고 몸은 이미 살포시 뛰놀고 있던 차였다. 길을 건너기 위해 중간 보도 블럭을 지날 때, 이순신동상을 등지고 바라보는 불빛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난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길 양옆으로 나무에 달아놓은 자잘한 불빛들과 차들이 뿜어내는 광선, 그 옆으로 감싸안은 건물의 빛에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그 거리에 앉아 소주 한잔이 그리웠다. 내 앞에 없는 누구를, 사람이 너무 그리웠다. 그 길거리 중간에 앉아 돗자리를 펴놓고 한잔두잔 기울일 사람이.

길을 반대편으로 다시 돌아가 편의점에 가는 길에, 난 흥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화려한 불빛에서 조금 벗어나 보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움과 외로움을 눈물나게 즐기던 나는 편의점을 몇발자국 남겨두고 그대로 다시 돌아섰다. 다시 길을 한복판에서 중앙선을 따라 걸었다.

아주 조금 걸었고 네거리가 나오고 나는 멈췄다. 내가 소리를 크게 지르며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 하지만 약간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자살할꺼 처럼 보여서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나, 하고. 어느 순간 날 보는 시선을 약간 인정하게 된 이후 겁이 생겼다. 그래서 차가 잠깐 멈춘 사이, 무단행단을 하고 보니 청계천의 소용돌이의 저주 동상이 서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청계천을 만났다.
제작년 말에 밤에 와본 이후 처음인가, 아닌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넘기고, 한 여름에 보았던 아이들이 청계천에 들어가 뛰돌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뛰어들고 싶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일단 생각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난 들어가야만 한다. 왜 는 없는거다.

그로부터 한참을 걸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오늘은 1월 26일 겨울 하지만 그다지 겨울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화가날 만큼 따뜻한 날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죄다 커플들뿐이고 아 중국에서 온 관광객 무리들 그리고 나. 혼자서 걷는 사람은 나뿐이다.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다. 이 일이 옳은 일인지 옳치 않은 일인지, 마침내 단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만이 머릿속에 남아버렸다. 왜 내가 들어가고 싶어했었는지 조차 생각이 안나고 그걸 깨닳고는 그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10분을 또 생각했다. 단 한가지 문제. 어떻게 하면 최소한으로 젖을 텐가. 그리고 나서 신발만 벗고 양말은 신고 들어가기로 했다. 양손에 신발을 들고 말이다.
   ‘아무래도 발바닥이 바로 돌에 닿으면 무지 시렵겠지’ 라면서.
  ‘신발은 안젖을 테니깐 양말 벗고 신고 가면 되겠지’ 라면서.
그리고 나서 5분을 망설이다, 주변에 아무 사람이 없는 그 순간의 찰나에 성큼 성큼 걸어 물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두 걸음만에 넘어졌다. 돌이 너무 미끄러웠다.그것도 벌러덩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신발도 퐁당,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과 피에스피도 퐁당. 팬티도 다 젖고 배꼽까지 모든 것이 잠겼다. 순간 너무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처음부터 신발을 신고 들어갔다면 핸드폰도 피에스피도 젖지 않았을 텐데, 왜 그걸 15분이나 고민하고 들어왔을까. 애시당초 안들어갈 것이 아닌, 들어갈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왜 사소한 문제를 겁내고 두려워 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아예 처음 부터 들어가지 말지!”라고 말을 하겠지만……그런 것 조차 생각안할 사람이면서 왜 그런 사소한 것에 고민했었나 라고 말이다.

그렇게 청계천에 흠뻑 젖은채로 물을 따라 내려왔다. 지나가는 커플들도 날 바라보고 운동하고 있는 아저씨도 찾아보고 청계천의 불빛을 찍던 사진기 들고 나오신 분들도 날 바라보았다. 한걸음 한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로바로 얼어붙는 듯한 하반신을 느끼면서, 이게 바로 겨울이지 하고 만족 스러워 하던 내 모습을 향해 말 한마디도 건내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 잠시 동안의 흥미거리 일뿐, 곧 자기들만의 일상속으로 파고 드는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그곳에서 나만의 일상속에 푹 잠겨 있었다.

상가들이 나오고 좀(!) 추워서 바지를 사입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옷시장을 향했다.. 제일싼 바지를 달라는 주문에 만원짜리 청바지를 건내준다. 그런데 그 순간 “갈아입을 것이였다면 애당초 천에 들어가는 일은 말았어야지, 돈 낭비할려고 한게 아니잖아’ 라는. 그렇게 길을 걸어 지하철 역을 찾아가다가 또 너무 추웠다. 그래서 택시를 타야지, 라는 생각을 하였다. 점퍼는 반만 젖었으니 그걸 엉덩이에 깔고 타면 되겠지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다 세워놓았다. 하지만 ‘애시당초’ 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는 차에, 눈 앞으로 집을 향하는 버스가 보였다. 저 앞에 정류장까지 빨리 달려가서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서 별밤을 들으며 웃는 내 얼굴 아래로는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발 닫는 부분마다 물기의 흥건함이 남아 있었다. 서 있는 앞에 있는 아가씨가 왠지 모를 눈길로 날 쳐다보았었지.

-> 집에와서 엄마에게 말을 하니 충격적인 말을 했다. “너 오줌 싼줄 알았을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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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의 광화문 네거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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