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과거드립 “인터넷 중독증”

복구한 하드를 뒤적거리다가 나온 “인터넷중독증.hwp” 지금 난 중독을 지나 일체화 된 기분이(..) 위에 숫자가 뭘 이야기 하나 했더니 예전 학번이다. 그럼 이걸 과제로 냈었다는 이야기 인데…무슨 시간에 과제로 낸거지;; 아무튼 어렴풋이 이때 글쓰던 기억이 나는구나. 글을 천천히 또 읽어보니 라그나로크를 하던 때(..)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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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증.

 새벽부터 접속이 안되고 있다. 아무래도 초고속통신망공급 회사 측의 문제인 듯하다. 한 번 있던 일이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되겠지하고 잠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접속이 안되고 있다. 통신회사측에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그만 뒀다.

 매일 똑같이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파워스위치를 발로 누르고 화장실로 향한다. 간단한 세수 후에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신다. 그리고 거실에 놓여져 있는 신문을 들고 방으로 향한다. 모니터 화면을 보며 잠시 신문을 내려놓으리라 생각하고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포탈 사이트 첫화면의 뉴스를 대충 훝어보고 온라인 게임을 킨다. 오직 레벨업과 반복되는 노가다행위뿐인 게임을 하는 건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말하고 게임 상에 흔한 얼굴들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며 세상에 담궈진 나의 발을 잊는다. 잠시 게임을 그만두고 새로운 뉴스가 없나 신문을 뒤져보고 로그인되지 않은 메신저의 누군가의 이름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런데 오늘은 신문까지 다보고 나서도 접속이 안되고 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볼까. 괴씸한 녀석들. 한달에 몇만원씩 받아 쳐먹으면서 지금 몇시간째 안된거야! 어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게임 레벨업도 해야하고 메신저에서 수다도 떨어야하는데! 뭐하는거야 이것들이!
집에 있는 유선전화기를 들고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 연결은 몇 번이지……조금보다 약간 더 흥분한 상태에서 안내 방송을 듣다가 처음 설명을 놓쳐버렸다.
제길……짜증나 죽겠는데 이건 또 뭐야.
다시 한번 안내를 들으려고 귀를 귀울이려는 순간.

갑자기 일상이라고 만들어진 것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하루속에 내가 놓여져 있음을 한순간 깨달았다. 흥분은 어느새 가라 안잤고 수화기안의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전화기를 내려두었다. 그리고 늘어지고 잊어가고 있는 내 현실에, 이 순간의 깨달음에  아주 조그맣고 사소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일단은 하드디스크를 정리했다. 듣지 않는 음악 파일을 지웠고 사소하게 받아두었던 인스톨 프로그램을 지웠고 별로 사용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언인스톨 시켰다.
금방 끝났다. 더 이상 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윈엠프 스킨도 바꿨다.

이젠 밖으로 나가야겠다.

2 thoughts on “새벽의 과거드립 “인터넷 중독증”

  1. 일종의 흑역사라는 컨텐츠에 웃고, 글의 흐름이 너무도 너다워서 또 웃고, 그리고 이 시간에 잠 안자고 여기저기 서핑하며 떠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 떠올라서 다시 웃게 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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