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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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시간이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도 잘가는 듯 한다.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하면서 이 밤거리 어디든 쏘다닐 생각을 하며 맥주 캔을 땄다.

얼굴은 부어서 터질 것 같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나날이 망가지는 몸을 보며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또 하루가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 잘가는 듯 하면서 하루가 끝난다.

 

최근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아이돌 1세대들이 차트로 돌아와 선방하는 것이다. 그 당시 립싱크에 분노하고 음악성에 좌절했었던 기억은 어느샌가 추억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지오디의 “미운오리새끼”를 비롯하여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너를 너를 너를” 은 단순히 과거의 팬들이 추억으로 음원을 구입하고 듣는 것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차트에 남았다. 그 전에 휘성의 노래도 있었고 말이다. 라이징 스타인 EXO의 노래도 잠깐 팬들의 힘빨(?)까지만 당겨지고 내려오는 와중에도 차트에서 완전히 식지 않은, 미지근함으로 남아 있다.

여담으로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노래 Day by day를 좋아했었다. 아니 노래 보다 가사가 참 좋았다. 대중가요, 발라더들을 혐오(?)하던 락키드였지만, 게다가 증오하던(!) SM에서 나온 그룹의 노래였지만 말이다. 사실 그 이 후에 나온 노래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은 함정이지만…

마녀사냥에는 신화의 맴버인 신혜성이 나와서 낮저밤이를 외침을 다 듣고 나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돌렸다. 라인업이 나쁘지 않은 오늘의 방송 중 요즘 가장 눈여겨 보고 듣는 악동뮤지션이 플라이투더스카이 다음으로 나왔을 때다. 악뮤의 동생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플라이투더 스카이 선배님들은 17년 우정이라는데 전 태어난지 16년 밖에 안지났거든요”.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쿵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 난 무얼 하고 있나 생각했다. 지난 대선이 남긴 정신적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나 하며 사회에 관심도 활동도 안하다가 세월호에 수 많은 목숨을 떠나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야지 하고 혼잣말을 했다. 과거는 늘 그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 왔을 때, 그때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해서 손을 빼지도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해지는 것일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쥐오디도 늙었고 휘성도 플라이투더스카이도 몸도 얼굴도 달라졌(?)다. 그 때, 그 때,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그때 노래가 아닌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나도orz 그렇지만 그러지 않게, 늘 뜨겁게 가고 싶다.

-글이 두서가 없는 이유는…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에 jtbc에서 하는 끝장토론을 보느라…

 

일상

하루 하루 반복되는 일들을 한 단어로 정리 한다는 것은 ,일상, 참 매력적인 단어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 이 단어를 꺼내어 미워하기도 하고 저주를 퍼붓기도 하다가도 이 단어가 그리워 울기도 한다.

 

정말 얼마만인지도 모를 만큼 기억이 안날 만큼 밤에 잠을 자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난 하루였다. 매일 밤을 지새우며 해가 뜨면 이불에 몸을 뉘이고 쏟아지는 햇빛에 뒤척이며 오후, 해가 가장 높이 찍고 내려올 때즈음에 눈을 다시 뜨던 생활속에서 특별한 하루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날인 만큼 뭔가 새로움으로 시작하고 자 하던 내 마음은 컴퓨터를 키자마자 이내 다시 일상 속으로 빠져든다.

자주가는 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새로운 뉴스거리를 찾아보고 책상위로 다리 하나 걸치고 의자를 뒤로 제치고서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뭔가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 보자고. 여수에서 과음으로 생긴 위염약을 챙겨먹고 그제 해놓은 밥을 먹어치울 지, 유통기한 하루가 지난 우유와 머핀 반쪽을 먹을지 고민하다 우유와 머핀을 우걱우걱 먹는다. 이제는 하루가 지난 빈 그릇을 설거지하고 탁탁 털어 그릇장에 올린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버려야 할 것들,

내가 한 달 후에 죽는다면 버려야 할 것들,

요즘 생각하는 이것들에 대한 목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것은 우연이 겹쳐 만든 목록이다.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면허증을 땄고, 세월호에 많은 아픔을 떠나보내며, SR400을 구입했고 한 달 후에 인수를 받는다.

십여 년을 모은 박스 가득한 만화책들과 호주에 간다고 샀던 V1N 비디오 카메라와 군 제대 후에 바로 구입했던 350d, 그리고 몇몇 옷가지들, 박스안의 케이블들, 추억과 작업이 모여있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거창하게 버린다고 해놓고서 막상 목록을 뽑아보니 그렇게 가진 것도 없구나 싶다. 군대가는 나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이라고 했던 이토준지 시리즈와 고3때 문제집 한권 구입할 때마다 한 권씩 구입했던 천사급렵구, 어느 날 헌책방에서 구했다던 친구에게 받은 멋지다 마사루, 10년간의 물가 변화 체험을 하게 해준 원피스.

모든 걸 이고 지고 끌고 가던 무거운 내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목록을 정리해 보니 별거 안남았다. 군대 간다고, 호주 간다고, 제주도 간다고, 작업실 나간다고 할 때마다 짐들을 줄여나간 탓인가. 코스프레를 하던 도구들은 진작에 내다 버렸고 크로키북도 사라졌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적어나갔던 글도 사라졌다. 글 쓰던 습관도 사라지고 책 읽던 습관도 희미해졌다. 편지를 즐겨하던 대화도 사라졌고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뜬 토론은 흔적도 없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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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이불을 펴고 이것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주 동안 매일 같이 잠을 설치고 애원하고 또 바라며 집에서 나가기 조차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해서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세 시간이 훌쩍 지난 후다. 일어나 문자를 답장하고 아까 먹지 않은 밥을 아까 씻었던 그릇에 다시 담는다. 만두를 굽고 오이를 까고 반찬을 만들어 한상 차려 시원한 물 한 잔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긴다. 커텐을 활짝 여니 아직도 밝은 오후, 밖으로 산책을 나갈까 생각을 어제도 하고 그제도 했었지만 여전히 오늘도 생각 중이다.

매일 어질러지는 거실을 또 청소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 무한도전을 틀었다. 그리고 친구들의 부름에 동네로 나가 맥주 한잔 하고 엄마 아빠 얼굴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디아블로를 뒤적거리다 누워 아이폰을 보다 노래 하나에 눈물이 아주 조금 났다.

일상.

그렇게 일상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을 뒤에 두고, 내 시간이 흐르며, 살아있다면 언제나 잊지 않겠다는 인사를 건내며,

그렇게 예전같지 않겠지만 일상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