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산다는 것은

누우렁이를 타고 다닌지 벌써 두 해가 넘었다. 4월에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이륜차 면허증을 따고 주변의 만류에 구입을 고민하던 그 때였다. 배가 가라앉고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달리했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로 매일밤 설쳤고 행여나 구조소식이 있을까 미디어만 바라봤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바이크를 사기로 결정했다. 한 번 뿐인 삶, 하고 싶던 일에 집중하자며.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쓰러진 사람을 마주했다. CBR125 검정색 옆에 누워 있던 그 사람 옆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지나가던 다른 라이더들이 도로를 통제하여 추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였다. 나도 비상등을 켜고 그들을 도왔다.

평소에도 지나가면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길이었다. 갑자기 생긴 유턴장소임에도 유턴신호등 조차 없는, 그래서 밤에는 더 위함한 곳이다. 말을 들어보니 운전자가 넘어오는 차들을 확인안하고 유턴하다 마주오는 오토바이가 속력을 급하게 줄여 잭나이프 했다고 한다.

부딪혀 날아가거나 튕겨나간게 아니라 외상은 보이지 않고 의식도 있어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119가 도착하고 이송을 돕고나서 다시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바이크를 왜 타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나의 1번 대답은 편해서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매우 편하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탑박스를 달고 다니는 것은 내가 편하기 위함이다. 가끔 잠깐씩 내려 놓을 때마다 너무너무 이뻐서 두고 다니고 싶어지만, 역시나 있는게 좋다.

두번 째 대답은 자유로움이다. 정신적 자유고 뭐고 나발이고 이전에 언제 어떤때나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대답은 바이크를 사게 된 계기이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 당시에 큰 위로가 되준 이유다.

마지막으로 세번 째는 늘 생각하는 일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그립을 움켜쥘때마다 넘어진다면 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한쪽 팔이 날아간다면, 오른 발목이 찟겨진다면, 목뼈가 꺽인다면 그렇게 죽는다면 난 무엇이 무서운가. 장애를 가진다면 그 넘어진 순간을 끊임없이 기억해내며 매 순간 자책하겠지. 나를 지켜보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끝까지 말리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하겠지. 그래도 나는 괜찮겠는가. 그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자신에게 되세기는 일이다.

 

매일 매일 산다는 것은, 매일 매일 죽지 않은 것이라는 것. 먼저간 이들에게 전할 순 없지만, 내가 그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는 것.

맥주를 마시고 유투브를 보다가.

트와이스의 cheer up은 들을때나 볼때마다 감탄하게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맴버들이 모두가 소외되지 않도록 적절한 파트배분과 무게배분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수 많은 걸그룹들이 센터의 외모로 먼저 뜨고 그 외에 낙수효과(?)를 받는 전략들을 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우리 삶과 마찬가지로 낙수효과는 없다. 팬덤이 커지고 그에 따른 효과로 많은 맴버들이 좀 더 부각이 되던지 그렇던지 아니면 끝까지 묻힌 맴버들은 묻히기 마련이다.

트와이스의 다른 유툽을 보다가 이효리의 유고걸을 커버한 것을 보았다. 이내 끊고 이효리의 영상을 직접 보았다. 참으로 감탄스러운 무대다. 그녀 이후에 여러 솔로 여성 및 그룹들이 그 자리를 매꾸려 하지만 내가 늙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만한 무대를 장악하는 포스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이유라는 걸출한 솔로가 있지만 영역이 다르지 않나, 하는 마음이다.

이효리까지 보고 나니 내친김에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찾아 보았다. 딱히 좋아하는 그룹은 아니지만 나름 시대에 획을 그은 쏘리쏘리가 있지 않던가. 최근에 즐겨보는 아는형님에 나오는 김희철이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무대에서도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 몇몇 맴버들을 보면서 과거 그룹의 문제점이 보인다. 남자 영상 본김에 엑소의 으르렁도 찾아보았다.

으르렁은 시대를 나름 관통(?)한 퍼포먼스곡이라고 생각한다. 원테이크 뮤직비디오 빨이 엄청났었지만, 퍼포먼스하나는 독창적이고 멋졌다. 하지만(!) 역시나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건 내탓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이정도 찾아보고 나니 문득 현자 타임이 온다. 추천영상에 뜨는 음악대장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외면해 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음악대장의 노래가 아닌 신해철님의 버전으로 틀어본다.

 

일상으로의 초대는 참 좋아하는 노래였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그 노랫말은 휴식이다. Here i stand for you 가 나의 어린시절 곡(?) 이라면 일상으로의 초대는 남은 삶을 관통하는 그런 노랫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서태지의 강력한 팬이자 서태지와 넥스트라면 당연히 서태지와 아이들을 외쳤던 초딩시절엔 알 수 없는 감성이었다. 그때 신해철을 외쳤던 친구의 감성이 이제와서 부러울 뿐이다.

메일 함을 뒤지다가 사망진단서를 보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기신 문서를 스캔하여 삼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메일을 보냈던 것이 남아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핸드폰 사진을 다 백업하고 지웠지만, 할머니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은 핸드폰에 그냥 두었다. 사망진단서와 사진, 알수 없는 무게감을 노래에 실어 한방울 눈물이 흐른다.

남은 삶동안 새로운 만남들은 벌써 지쳐가고 있다. 이제 서른 중반에, 지금껏 살아온 삶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며 마주칠 헤어짐을 생각해보니 세삼 무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