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쯤 되어서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친구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나서 확인하기 위해 클리앙의 새소식 게시판을 들어가서 확인하면서도 ‘충격’ 이란 단어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허전함이 천천히 차올랐다. 사실상 언제 죽을지 몰랐던 그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손에 쥐어진 iPhone을 보니 그가 가져온 삶의 방식의 변화에 대해 감사한다.
호주에 있을 때, 처음 아이폰을 접하고 처음으로 ‘혁명’이라고 생각되는 기기를 만났다. 한국에도 발매되면 바로 사야지 하고 기다리기를 2년…3gs를 예약하고 지옥같은 주말을 지내며 기기를 손에 넣었을 때, 그 미칠듯이 뛰던 심장은 IBM세대로서 빌게이츠만 알던 나에게 스티브 잡스란 이름을 그 어떤 사람보다 삶 속에 각인하기 충분했다. 아이패드1이 처음 나왔을 때는 어릴 적 ‘미래’ 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현실이 된-미래를 경험한- 인생 최초의 경험이었다. 심지어 지금 이 글도 아이폰에 애플 블투 키보드를 연결해 쓰고 있다.
그를 처음 제대로 기억하고 난 후 2년 동안 그가 애플에서 그의 사람들과 같이 일구며 내게 보여준 가치는 단순히 기계안에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으로서, 삶속에 그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못할 것이다.
R.I.P. Steve Jobs
“So keep looking until you find it. Don’t settle.“
북적대는
안 좋은 추억이 담긴 꿈에서
나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은 정말이지 거지 같았고 또 환상적이었다.
거지 발싸개같은 담임선생을 만나서 별 지랄같은 꼴을 다 봤기 때문이랄까나. 사람을 똥같이 보던 그 눈빛과 행동은 오랜기간 동안 머릿속에서 가라앉아 있었는데 어제 꿈에서 나왔다. 꿈이라 그랬을까, 그렇게 길었던 시간이 일장춘몽처럼 몇분 몇초일지 모를 시간, 내가 눈감고 있는 동안에 지나갔는데 참 뭐랄까나.
보통 이런 과거의 꿈을 꾸면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목격하곤 한다. 예를 들면 군대꿈이라던지 아니면 멀어진 정인에 관한 꿈이라던지 인간이 살아오면서 수만가지 소재들을 가지고 꿈에서 다시 목격하며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기 떄문이랄까나. 지금 집에 와 있는 할머니는 뭐가 그리도 무섭고 서럽고 화나는 일이 많았는지 새벽 5시정도만 되면 소리를 지르시곤 한다.
아무튼 꿈 내용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그대로였다. 선생은 오직 서울대를 외치는, 학생들의 생각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대로였고 난 또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꿈에선, 10년 전 그때처럼 그렇지 않았다. 난 책상을 걷어차고 책상에 올라 선생에게 책을 던지고 소리쳤다. 이런 거지 발싸개같은 교육따윈 필요 없다고, 난 그만두겠다고. 그리고 교실을 당당히 걸어나왔다.
그리고 잠에서 꺴다.
지금까지 후회라는 단어를 들으면 늘 저말을 하고 살았다. 그래서 그럴까, 그 꿈이,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머리속에서 계산으로는 굉장히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냥 그랬다. 아주 덤덤하게 눈을 떴다. 페러럴 월드에서 나의 모습이었을까, 지금 살고 있는 내 모습이 꿈인가, 내가 나비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짧은 평생 단 한가지 후회하던 일을 꿈에서 해결하였지만, 그래서 더욱더 깨달았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어떠한 행위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몇 일전 어머니를 여읜 친구와의 대화에서 몇 일째 계속 어머니에 대한 같은 말을 들으며, 같은 아쉬움을 그리움을 느끼며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