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었고, 좀 있으면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된다. 딱히 월드컵 결승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어린이 대공원 역에 있는 탐탐에 와서 스무디 한잔을 시켜놓고 한 시간째 뻐기고 있다. 그것도 1층에서…

서울에 도착한지 이제 4시간이 지났다. 10여일 정도 힘껏 달려 다시 도착한 나는 그 전과 조금 기분이 다르다. 그 시간 동안 공연을 3가지를 올렸고 한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일정을 가졌다. 오랫만에 다시 올라간 ‘마법사와 쫓겨난 임금’을 용극장에서 셋업하고 바로 제주도로 가서 ‘영영이별 영이별’을 공연하고 서울로 돌아와 찍고 다시 대구로 가서 ‘씽씽욕조와 코끼리 페르난도’ 를 올렸다.

 

그리고 난 지금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상황에 마주치고 이런 저런 감정들을 지나쳐 온다. 그러한 비슷한 상황의 반복과 어디서 느껴본 감정을 지나칠 때는 이미 적응하거나 무덤덤해졌다면 그것은 나이를 먹은게 분명하다. 경험의 반복은 우리에게 일정한 답을 가르쳐주고 대게 처음보다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분명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인생의 파고의 차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점점 지루하게 만든다. 처음 설레였고 즐거웠던 일들은 ‘이쯤되면’ 이란 말로 반감이 되고 또 반감이 되고 마치 방사선량이 줄어들듯,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갈 수록 줄어들게 된다. 실증 잘 내기로는 1%의 상위권안에 들꺼라 자부하는 나에게 반복은 독이요, 정말이지 참기 힘든 일이다. 최근엔 공연이 그랬다.

공연장에 올라가는 것들은 안정성을 담보로 한다. 빵구가 나면 도저히 극을 진행시 킬 방도가 없는, 막다른 골목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조차도 배경영상이나 만들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욕심때문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그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속에서 긴장감이 점점 떨어지고 늘어진 자신을 바라보는 일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최근엔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이런 저런 제안들을 던져 놓고 있었다. 한 발 자국씩 때어놓고 가는 것이다.

마법사와 쫓겨난 임금을 세팅하고, 제주도에 가 영영이별 영이별을 하고 나니 대구에서 씽씽욕조와 코끼리 페르난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난 지칠데로 지쳐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프로젝터 설치까지 하려니…더군다나 에어콘도 틀어지지 않은 찜통은 정말 쇼킹했다. 제작도 하지 않기로 했던 공연이었지만 들었던 말과 다른 컨디션에 결국 제작, 그리고 돈계산에도 들어있지 않던 오퍼까지, 화수목금토일 내내 대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이로 말할 수 없는 더운날의 짜증폭탄주였다.

더군다나 나만 멘붕이 아니라 모든 제작하시는 감독님들이 그랬으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런지. 무대 제작을 일주일을 꼬박 새시고도 공연장와서 작업하시는 숙향감독님을 보니 불만조차 말 하기 힘들었다. 수요일에는 영상셋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줄 알았지만, 이 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블라블라블라.

 

배우들의 열정과 감동적인 그리고 숙향감독님들 눈물과 땀과 인간미가 넘치는 팀파이팅(..)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은 무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으로 인해 감동을 주고 힘을 받는구나 싶다.

금요일 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Image-1-1

하루 하루 시간이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도 잘가는 듯 한다.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바이크만 온다면!

하면서 이 밤거리 어디든 쏘다닐 생각을 하며 맥주 캔을 땄다.

얼굴은 부어서 터질 것 같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나날이 망가지는 몸을 보며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또 하루가 정말 안가는 듯 하면서 잘가는 듯 하면서 하루가 끝난다.

 

최근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아이돌 1세대들이 차트로 돌아와 선방하는 것이다. 그 당시 립싱크에 분노하고 음악성에 좌절했었던 기억은 어느샌가 추억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지오디의 “미운오리새끼”를 비롯하여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너를 너를 너를” 은 단순히 과거의 팬들이 추억으로 음원을 구입하고 듣는 것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차트에 남았다. 그 전에 휘성의 노래도 있었고 말이다. 라이징 스타인 EXO의 노래도 잠깐 팬들의 힘빨(?)까지만 당겨지고 내려오는 와중에도 차트에서 완전히 식지 않은, 미지근함으로 남아 있다.

여담으로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노래 Day by day를 좋아했었다. 아니 노래 보다 가사가 참 좋았다. 대중가요, 발라더들을 혐오(?)하던 락키드였지만, 게다가 증오하던(!) SM에서 나온 그룹의 노래였지만 말이다. 사실 그 이 후에 나온 노래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은 함정이지만…

마녀사냥에는 신화의 맴버인 신혜성이 나와서 낮저밤이를 외침을 다 듣고 나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돌렸다. 라인업이 나쁘지 않은 오늘의 방송 중 요즘 가장 눈여겨 보고 듣는 악동뮤지션이 플라이투더스카이 다음으로 나왔을 때다. 악뮤의 동생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플라이투더 스카이 선배님들은 17년 우정이라는데 전 태어난지 16년 밖에 안지났거든요”.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쿵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 난 무얼 하고 있나 생각했다. 지난 대선이 남긴 정신적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나 하며 사회에 관심도 활동도 안하다가 세월호에 수 많은 목숨을 떠나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야지 하고 혼잣말을 했다. 과거는 늘 그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 왔을 때, 그때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미지근해서 손을 빼지도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해지는 것일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쥐오디도 늙었고 휘성도 플라이투더스카이도 몸도 얼굴도 달라졌(?)다. 그 때, 그 때,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지만 그때 노래가 아닌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나도orz 그렇지만 그러지 않게, 늘 뜨겁게 가고 싶다.

-글이 두서가 없는 이유는…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에 jtbc에서 하는 끝장토론을 보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