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어버이날

올해는 어버이날은 엄마 아빠 님하들이 어버이가 된지 30주년 이다. 아직 미혼에 ‘애 키운다’ 소리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나로서는 언빌리버블한 세월이다.

그런 어버이 날을 맞이하야 새벽까지 현상이와 수현이와 놀다가 낮2시에 일어났더니 아무도 없다(..) 사무실에 컨셉 회의를 하고 동네에 오니 벌써 10시다. 동네 빵집들을 찾아다니며 케익을 찾다가 그냥 치즈케익을 사기로 했다. 생일 날엔 가족끼리 노래를 부르고 케익을 자르는 일이 익숙하진 않지만 익숙한 우리집은 늘 케익이 몇 일씩 남는다. 어떤 때는 달을 넘기기도 하니 다른 집에선 몰라도 적어도 우리집에선 케익은 먹는 용도보다 자르는 용도로서 성격이 더 강한셈이다. 그러기에 이번에 최초로 과감하게 아무 데코레이션이 없는, 그저 맛만 있는 치즈케익을 샀다.

케익을 사며 주인 아주머니와 요런 조론 이야기를 하는데 “촛불 몇 개 줄까?” 하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사는 케익에 나만 생각해보면 -가만 생각해보자 내가 몇살이더라;;- 2x개를 촛불을 달라고 해야하는데 형아를 생각해보면 역시나 30개가 맞다. 괜시리 형아한테 심술이 나지만 난 성인군자인지라 쿨하게 긴 초 3개를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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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다녀오시며 열이 찬 얼굴을 식히기 위해 오이를 애용하시는 두 사람.

방금 막 붙였다며 30분만 있다가 오이 때고 하자는 요구를 가볍게 묵살(..)하고 식순을 진행했다. 딱히 부를 노래는 없고 불끄고 그냥 축하합니다 짝짝짝. 후욱~
사용자 삽입 이미지냉장고에 있던 치즈케익 답게 잘 안잘려 그냥 칼 넣는 흉내만 내고 30여분의 오이타임을 가진 후 왕따시 칼을 가져와서 다시 잘라서 냠냠함. 평소 엄마가 커피를 먹으면 영양소 빠져나간다고 구박하는데, 그런것도 잊고 “엄마 이 케익은 커피랑 먹어야 맛이있어효” 라고 살랑거리며 형아를 소환, 형아가 원두 갈아 내린 커피는 나쁘지 않았음.

새벽의 과거드립 “인터넷 중독증”

복구한 하드를 뒤적거리다가 나온 “인터넷중독증.hwp” 지금 난 중독을 지나 일체화 된 기분이(..) 위에 숫자가 뭘 이야기 하나 했더니 예전 학번이다. 그럼 이걸 과제로 냈었다는 이야기 인데…무슨 시간에 과제로 낸거지;; 아무튼 어렴풋이 이때 글쓰던 기억이 나는구나. 글을 천천히 또 읽어보니 라그나로크를 하던 때(..)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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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증.

 새벽부터 접속이 안되고 있다. 아무래도 초고속통신망공급 회사 측의 문제인 듯하다. 한 번 있던 일이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되겠지하고 잠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접속이 안되고 있다. 통신회사측에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그만 뒀다.

 매일 똑같이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파워스위치를 발로 누르고 화장실로 향한다. 간단한 세수 후에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신다. 그리고 거실에 놓여져 있는 신문을 들고 방으로 향한다. 모니터 화면을 보며 잠시 신문을 내려놓으리라 생각하고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포탈 사이트 첫화면의 뉴스를 대충 훝어보고 온라인 게임을 킨다. 오직 레벨업과 반복되는 노가다행위뿐인 게임을 하는 건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말하고 게임 상에 흔한 얼굴들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며 세상에 담궈진 나의 발을 잊는다. 잠시 게임을 그만두고 새로운 뉴스가 없나 신문을 뒤져보고 로그인되지 않은 메신저의 누군가의 이름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런데 오늘은 신문까지 다보고 나서도 접속이 안되고 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볼까. 괴씸한 녀석들. 한달에 몇만원씩 받아 쳐먹으면서 지금 몇시간째 안된거야! 어서 인터넷에 접속해서 게임 레벨업도 해야하고 메신저에서 수다도 떨어야하는데! 뭐하는거야 이것들이!
집에 있는 유선전화기를 들고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 연결은 몇 번이지……조금보다 약간 더 흥분한 상태에서 안내 방송을 듣다가 처음 설명을 놓쳐버렸다.
제길……짜증나 죽겠는데 이건 또 뭐야.
다시 한번 안내를 들으려고 귀를 귀울이려는 순간.

갑자기 일상이라고 만들어진 것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하루속에 내가 놓여져 있음을 한순간 깨달았다. 흥분은 어느새 가라 안잤고 수화기안의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전화기를 내려두었다. 그리고 늘어지고 잊어가고 있는 내 현실에, 이 순간의 깨달음에  아주 조그맣고 사소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일단은 하드디스크를 정리했다. 듣지 않는 음악 파일을 지웠고 사소하게 받아두었던 인스톨 프로그램을 지웠고 별로 사용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언인스톨 시켰다.
금방 끝났다. 더 이상 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윈엠프 스킨도 바꿨다.

이젠 밖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