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의 시작 바다

아크로스 아이들과 겨울 바다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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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4 영필 준호 윤지 도현 그리고 진남 feat.규빈

작년에 무수히도 많은(?) 놀이를 같이 하고 올해 또 시작하는 듯 하다.

사실 바다를 무척 가고 싶었다. 매해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바다에 가곤 했는데 일행이 있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이런저런 성격 탓에 딱히 계획을 세우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면은 일년동안 쌓인 털어내고 싶은 기분들을 고해하는 마음으로 파도에 쓸어놓고 온다. 오직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수평선 끝을 바라보다 센치해지면 추운 바닷바람이 허세부리지 말라고 넣어주는 그 모습이 좋다. 그러고 나면 내 자신이 한결 가벼워 져서 다시 한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해로서 아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만난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니, 한 세월이 지나도록 만나온 인연이 좋다. 고2 때 만나와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거리들을 만들며 지내 온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매해 이렇게든 저렇게든 놀러를 다니다 작년을 기점으로 영필의 차량지원이 기폭제가 되어 참 많이 다녔다. 이번에 간 동해시와 강릉은 정말 낯설지가 않아서 깜짝 놀라기도 할 정도니;
10년이면 참 많이 변했을 것이다. 나도 변하고 아크로스 애들 한명 한명 모두가 변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고 군대도 다녀온 애들도 있고 그리고 다시 복학도 하고, 모두의 이야기 하나하나 모두가 다양하고 그러기에 다를 것이다. 개인사 들을 모두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런 다른 삶을 살아 가면서도 10년의 궤적안에 서로의 이름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0을 지나고 나면 다시 1이다. 2001년도 10년이 더해져서 2010년이다. 19xx년대를 살 때는 2000년대가 올 줄 몰랐고 마침내 2000년이 와서는 2010년이 오리라고 상상조차 못하고 살았다. 벌써 한달이 다되가지만 아직도 2009년으로 착각하며 살던 내가 비로서 2010년에 도착했다. 얻은 것이 있는 만큼 잃는 것이 있음을 아는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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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일출. 망상해수욕장.

인생은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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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를 타고 왔다.
작년에 더 늦으면 못 탈꺼 같다는 생각에 학회 참석차간 휘닉스파크에서 시작한 이래로 세번 째이다. 사실 실질적으로는 두번째, 작년에 처음 타던 날, 보호 장비도 없이 초급 한번 내려오고 중급에 올라가 굴러 내려온 댓가로 엉덩이뼈 부근의 이상으로 두번 째에는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내돈!) 그리고 다시 돌아온 겨울, 잘 탈꺼만 같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에 12월? 부터 계속 가려 했는데 여차저차 사정들로 인해 못가다가 확 가버렸다.
사실 1월 1일을 보내기 위해 오 밤붕에 싸돌아 다닌 탓에 고열로 인해 전날 난리 좀 폈지만,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탁선생님과 진남씨가 집앞까지 (무턱대고) 픽업을 온 (정성)탓에 안갈 수가 없었다. 라고 일단 핑계를 대면서 뒷자석에 탔다.
비발디에 거의 도착할 때 즘 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앞 좌석에 타신 두분께서 올나잇으로(~새벽5시) 타신다는 것이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낮 3시 조금 넘어서, 그리고 스키장을 앞두고 밥먹은게 5시 반쯤이니 앞으로 12시간을 보드를 탄다는 것을 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럴만한 것이 첫 보딩도 올나잇을 하겠노라고 다짐하고서도 4시간도 채 안되 쥐쥐를 친 상태였고, 그 다음번 보딩은 이전의 부상으로 인해 한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 키를 가진 것은 탁선생님, 울며 겨자먹기로 올나잇을 하고 새벽 2시전에는 나오지 않겠나 싶어 갔다.

신년이라 그런지 사람이 대박 많아서 주차 하는데 일단 오래 걸렸고,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바글대는 저글링 같은 인파들로 첫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시간이 8시 반은 넘었던 듯 싶다. 초보인 나를 위해 올라간 초급 코스에서 난 무참히 뒹굴며 내려 왔고 순탄치 못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 하였다. 그 때, “사람이 몸으로 익힌 것은 잊지 않아!” 라고 내 마음에만 들리게 외치고 다시 올라가 내려 올때는 흔들흔들 >$2낙엽으로 내려오는데 완벽한 감각을 익히게 된다.

그래 그래, 그래 괜찮다고 하면 늘 이런 일이 생기지. 탁선생님과 진남씨는 날 대리고 중상급 코스로 단숨에 데리고 가서는 날 또 구르게 하셨다. 상급 부분에서 중급 부분까지 굴러 내려오고 나니 처음 타는 중급인데도 이상하게 쉬워 보였다. 그리고 역시 낙엽으로 두세번 타고 내려오니 맘 속엔 자신감이! 하지만 그래 그래, 그래 괜찮다고 하면 늘 이런 일이 생기지. 탁선생님께서는 친히 나를 이끌고 “턴은 해야 아! 내가 어디가서 보드 좀 탔다! 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라면서 겨우 안정되 낙엽처럼 내려오는 나를 비에 젖어 떨구는 잎처럼 초급에서!(그것도!) 굴러 내려오게 하셨다.

한 세번쯤 되었던가, 어느 덧 시간은 새벽 4시가 지나고 토엣지로 낙엽까지 하게 되고 턴도 될듯 말듯 싶은 시간에 오늘 처음으로 머리를 바닥에 찧고 쥐쥐를 치며 내려왔다.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적당히 많았던 사람들 덕에 리프트 시간을 기다리느라 타임 조절이 잘되었던 듯 하다. 타는 내내 징징대는거 듣느라 고생한 탁님과 진남씨에게 이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특히나 그 피곤한 상황에서 운전까지 해준 탁님은 정말 대단-_-; 자전거 탈때 부터 느꼈지만 체력적으로 내가 따라갈 수가 없다.


뭔가 새해라는 느낌은 여느 때보다 옅지만, 뭔가 시작 했다는 느낌은 더 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