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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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아침에 눈을 뜰 때즈음, 엄청 기분이 나빠졌다. 일년 중, 가장 기쁘고 행복해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샘솓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유는 잘 알수 없었지만 오늘 같은 날, 그것도 아침에 이렇게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헤어나오지 못할 꺼 같았는데, 어찌어찌 지나간다.

으흠.
일은 이제 끝이 보이며 잘 마무리가 되어가고, 새로운 시작의 앞에 두고 혼란에 빠질정도로 다양한 생각들이 샘솟는다. 하루가 지나면 다른 방향을 보고 있고 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지향점을 찾는다. 지도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나는 프로페셔널이다’ 라는 마인드와는 거리가 까마득하게 멀구나. 
하악.
아내의 유혹…맨날 곁눈질로 보고 신문기사로 보고(?) 해서 모를꺼 없던 내용이지만 이제 본방 사수만이 남았다. 닥본사!!
흠흠.
형아의 결혼식 날, 우리 가족은 다 아는 안깜짝 이벤트인 빨간머리는 어딜가나 한마디씩 듣는다. 특히나 밥집에 가면 꼭 한마디씩 듣는데, 다들 뭐가 그리 부러운 건지, 훗. 부러우면 자네들도 하란 말야!! 괜히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내 입에서 으흥하는 소리 나오게 하지 말고! 붉음은 뜻은 붉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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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님 감사. 새 옷 참조 협찬.

시작하는, 그리고 30년

내년 1월 10일은 우리 형과 둘째 형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 될 예정 이다(이렇게 써놓으면 막장같다만…ㅋ) 이제 결혼 3일차의 부부가 된 것이다. 내가 군대 입대하던 날, 형아에게 메세지를 통해서 “형수님이라 불러” 라고 할 때부터 ‘언제 결혼하나’ 하고 간을 보았는데, 결국 나에게 휴가도 안주고!  호주에서 오는 비행기 값도 못받고! 딱 결혼식 날에 모든 준비가 끝난 후에 난 몸만 가려던 계획은 철저히 무시되고 열심히 운전기사, 카메라맨, 혈육 그리고 광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은 엄마와 아빠의 29주년 결혼 기념일이 되는 날이다. 음력으로 친다면 거의 엇비슷한 날에 결혼을 한 것이다. 30년차에 접어드는 부모님을 보니, 과연 그들이 부부로서의 첫 날을 보내며 생각했던 것 들과 오늘 저녁에 자기전에 생각할 것 들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자신들의 반평생 보다 더 오랫동안 끼고 살았던 자식이 하나의 다른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을 나로서는 당연히 헤아릴 수가 없다. 생각해 보려해도 어느 순간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벽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것은 결혼을 결심하고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심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식을 끝내고 집에서 어른들의 뒷풀이에 빨간머리 이야기로 술 안주 하시길래 대신에 계란말이를 실컷 부쳐주었다. 꼬냑도 위스키도 꺼내오고 다들 죽죽 넘기다가 모두들 골아 떨어지고 호스트인 아빠, 엄마, 나 그리고 큰삼촌이 남았다. 그러다 엄마가 “이렇게 좋은 날, 우리 아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면서 운을 때며 눈시울을 적시니 큰 삼촌은 통곡수준으로 눈물을 쏟는다. 일찌기 할매를 보냈던 아빠의 위로로 하는 듯한 말이 나오고 다들 칭얼칭얼칭얼.
어른 셋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릴 즈음에 난 엄청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