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방구석 창문너머로 하이웨이의 불빛이 비치운다. 겨울이 다가오며 해가 부쩍 짧아져 저녁 여섯시면 어둠컴컴해지고 있다. 시드니의 내 장소에 앉아서 있다보면 문득 넓은 초원이 생각날 때 가 있다. 그 때의 그 곳은 해가 늦게 지고 밤하늘이 높은, 아름다운 곳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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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승합차를 타고와서 지도를 펴봐도 어딘지 모를 이곳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 잠깐잠깐 멈출 때마다 이국의 풍경을 즐겼다. 네가 참 좋아했을 텐데 하며 보여줄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 지구는 참 좁다. 하지만 이곳은 넓다. 이곳은 사방이 산인지 언덕인지 모를 곳으로 쌓여있다. 나무가 아닌 초원으로, 풀로 언덕으로 산으로 끝이 있을지 모르게 덮혀있다. 이 거대한 카페트를 돌돌말아 접어 놓으면 그 아래는 어떤 생명체가, 아니 무엇이 살고 있을까. 저녁 아홉시가 되어도 여전히 밝았던 하늘이 열 한시가 되어서야 거멓게 물이들어 달이 중천에 떠 있으려 한다. 네가 참 좋아할텐데. 어디 한군데도 막혀있지 않은 이곳을.
아까 저녁을 먹고나서 칭기스칸인지 쿠빌라이칸인지 목욕을 했다는 온천에 다녀왔다. 수도인 울란바트라에서도 못본 따뜻한 물을 이 자연속에서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할 나름이다. 지금 게르 안에서는 화목난로를 보니 군대에서의 기억을 자꾸 나게 한다. 으……추웠던 겨울, 화목난로에 나무 한개를 더 넣으며 지금 자고 새벽에 일어나 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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