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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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자연같은 네이쳐...그곳은 파라다이스 같은 이상향

워크레프트3 카오스를 끄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아이템 트리를 생각한다. 누군가 써놓은 아그니와 무라딘의 공략을 찬찬히 읽고, 또 b20패치가 나와도 부엉이는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어둠 컴컴한 방안의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어디선가 겪어보았던 풍경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의문은 시작된다. 난 도데체 또 무얼 하며 살고 있는 것인가.

나에게 틀린건 틀린거야 라고 말했던 사람은 자기가 그런 말을 했었는지 잊었을지도 모른다. 틀린 것과 상대하면 할 수록 내 자신의 생각에 대한 무서움이 앞선다. 여전히 틀린일들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지나치고 넘어가는 것들을 보며 내가 틀린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커져간다. 한때의 장난처럼 다가왔었던 냉소적인 시각들을 시니컬하다는 단어 하나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몸부림조차 없는,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지나쳐 난 원래 목소리가 없는 벙어리인가, 무섭다. 난 틀린 말들이 마구마구 들리는 것을 어찌하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는데, 마치-혹은 정말로-입술이 없고 혀가 없고 성대가 없고 내 존재 자체가 없듯이 여겨진다.

타인에게 화가 나도 내 지식의 얕음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를 내다가 가슴 한켠에 조용히 지켜보는 내 안의 공포에게 사로잡힌다. 소리도 질러보고 칼도 휘두르지만 그 공포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한 자리에 앉아있게 만든다. 엉덩이는 무거워지고 뱃살은 늘어간다. 얼굴에 주름살이 보이고 내 눈 위에 매달린 노란 머리카락은 존재에 대한 시선 만으로도 조롱 당한다.

마루에 앉아서 텔레비전 속의 무한 경쟁을 본다. 내가 그 경쟁의 틈에 껴있지 않다는 안도감 속에서 1등을 환호하고 메달권 밖의 선수들을 잊어간다. 텔레비전이 꺼지고 앉은 자리에서 뒤돌아 내 삶의 경쟁속에 어디쯤인가 가늠해보려다 그만둔다. 연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가쉽거리 속에서 피식웃고 금방 잊고 본 건 줄도 모르고 다시 읽고 또 피식 웃고.

촛불을 들었다가 이제는 들지 않고 있다. 티비 뉴스를 아빠보다 더 많이 챙겨 보다가 다시 안보고 있다. 내게 어떠한 소식도 무엇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아무리 막고 막아도 세는 무언 가 처럼 내 열려있는 귀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모두를 막을 수가 없다.

아. 제길. 그래서 이렇게 지리멸멸하게 끌고 가느니 이제는 이 기분을 맺고 끊어야겠다.
Dann alles Gute und Lebewohl

“그들은 나에게 말풍선을 띄우곤 해. 그건 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는 그들의 단어일 뿐이지. 그것에 나의 느낌과 생각은 없어. 왜냐고? 난 단지 지금을 현재를 충실하고 즐기고 있거든. 너에게 충고할께, 말풍선은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야. 너의 말풍선을 마주보려므나.”   by  허세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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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허세

    • 으하하 왜 유가님의 댓글, 저절로 스팸 댓글로 되서 휴지통에 가 있나요 ㅋㅋ 중국에서 온 스팸 댓글 아이피 보느라 안들어 갔으면 이 귀한 글을 못 볼뻔 했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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