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둥글다, 나도 둥글다.

자다가 깼다.
아마도 5시 35분정도?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왜 깼냐하면,

아파트 단지에 울려퍼지는 함성소리에 깼다.
잠든지 3시간 만이였다.
직감적으로 아…넣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겼을려나.

거실로 나가보니 리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박지성씨가 한골 넣으셨구나.
1:1이네, 그럼 한골은 앙리일려나.
맞덴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간간히 들려오는 아쉬운듯한 소리와
놀라서 깨버린 마음을 추스리느라 시간이 흐른다.

밖이 조용해지고 다시 거실로 나가보니 끝났다.
홍명보씨가 밝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우리나라 응원단은 비겼는데 이긴 얼굴이다.
프랑스 응원단은 비겼는데 진 얼굴이다.
내 얼굴은 비겼는데 졸린데 어쩌라는 얼굴이다.

나름대로 축구보는거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마지막으로 언제 했는지는 기억이..]
또 고백하건데 그 많으신 축구팬들이 씹어주시는 “4년냄비국대팬+박지성경기만보는사람”으로서.

또다시 축구로 덮혀 많은 것들이 잊혀져가고 무뎌져가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4년동안 기다렸지만,
월드컵을 밖에서 보겠다는 가장 큰 목적으로 XTZ같은 군대도 지원해서 갔다왔지만,
– 후임병들이나 늦게간 친구들에겐 항상 하던 말, “난 월드컵 밖에서 본다, 넌? 으하하.”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알고 있는 사실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대한민국” 이라는 국호명인지 응원구호인지 모를 그 외침에
잊혀진 다른 아픔들이 나를 아프게 한 것인지.
축구는 축구일뿐 즐길일은 즐기고 고민할 일은 따로 고민하라는데,
어느 하나에도 몰두할 수 없게된 사실이 그러한 것인지.

일단은 졸리니 다시 자야겠다.
어느 집인지 모르지만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나는고나.

2 thoughts on “공은 둥글다, 나도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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