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단 말이다.

차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대략 200% 난감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치라는 걸 인정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재웅이가 휴가를 나왔었다.
첫번째 월요일의 만남은 위닝일레븐과 우리의 과거와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그리고 벗꽃 구경에 올인했다. 돼지갈비에 즐거웠고 소주 4병에 새벽 내내 괴로워했다. 수요일날 다시 보자고 하며……

사실 이건 작년 12월 신촌의 어느 계란말이집에서...


두번째 수요일 접촉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3시반에 강변에서 만났지만 내가 알바비를 받아야 하기때문에 4시 반까지 우리집에 기어들어가 있었다. 그녀석은 ‘박치기’パッチギ 를 봐야한다며 명동으로 가자고 했다. 도대체 박치기는 어째서 cgv에서 안하고 명동에 듣도보도 못한 CQN에서 한다는 걸까. 사실 듣도보도 못하다는 핑계는 핑계고 단지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몸이 많이 안좋았거든……

일단 11년차로 굳건히 잘 굴러가고 계신 집의 차를 가지고 나갔다. 월급을 받고 워커힐 고갯길을 나가 벗꽃을 구경하고 정보도서관가서 이틀 밀린 책을 가져다 줬다. 저녁을 무엇을 먹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한후에, 그냥 옆으로 지나가다 보이는 “냉면개시” 라는 단어에 냉면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천호동으로 굴러갔다.
천호동에는 늘 가는 냉면집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이 경험을 하였으며, 또 냉면! 하면 다들 같이 몰려가는 코스가 되었다. 그곳에선 차값보다 비싼 범퍼를 부슌경험이 있으며, 수많은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있는 주차장만 4층짜리인 곳이다.

먹고나니 이제 무엇을 할꼬. 영화를 보자! 하지만 명동은 안돼! 그래서 cgv에 가게 되었다. 강변cgv는 근래 들어서 이상한 영화만 줄창틀고 보고 싶은건 도대체 하루 한편이 왠말인가 그것도 25시에…[시리아나] 정말 한국영화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스크린쿼터제를 현행 바뀐것말고 기존의 날자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시민이지만, 요즘같이 미친듯이 코미디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보자니 화가 날뿐이다. 물론 만드는 제작자도 있지만 중요한건 관객이겠지만.-그래도 달콤살벌한 연인을 보고 싶다(..) 내일 보러 갈지도……남자 둘이서 결국 정한건 “오만과 편견” 이였다. 20시 표를 사고 나니 기분이 꿀꿀했다. 세상에 오 지저스. 여성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군인-_-과 그런 영화를 봐야 할 줄이야. 꿀꿀한건 친구도 마찬가지 겠지. 입으로 “박치기”를 연타하며 오만가지 짜증과 자신의 스트레스를 설명하며 명동에가서 사람들을 보고 파묻치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다. 까짓꺼 나야 뭐 갔다왔으니 봐주자는 심정으로 1000걸을 물러서서 그래 가자. 라고 해버린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차를 놓고 가자고 하였으나 이왕 있는거 끌고 가자는 재웅. 나도 스트레스가 폭팔해버려 “이판사판 질러봅시다”라고 길도 모른채 강변북로를 타고 가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서울 길을 모른다. 예전에 새벽에 집에 간답시고 외대앞에서 청량리를 지나 압구정으로 간적이 있다. 게다가 용산갔다가 집에 오면서 분당에 갔다온적도 있다.[청담대교뿌드득] 단하나 제안사항을 걸었고 재웅은 허락했다.

“기름값 1만원하고 주차비는 니가 내.”
“그래”

하릴없이 용산가는 기분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러던중 눈앞으로 보이는 바로 저 기둥, 남산타워!! 자고로 남산아래가 다 명동이고 충무로고 그 길바닥 아니겠는가. 우리는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그렇게 차를 몰았다. 용산까지 가서야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러던중 남산타워가 안보여 뺑뻉뻉 돌다가 서울역 표지판을 찾아내 그길로만 쭉갔다. 그리고 서울역을 지나 드디어 명동 도착. 그 기간중, 차안에선 괴성이 몇번 울렸으며 “너죽네 너 내려 아이고 #)($*@”하는 말들이 흘러나왔었지.

자! 명동 도착이다! 갖은 고생을 다 끝나고 명동에 왔으나 주차비가 눈시울을 적신다. 기본 30분에 2000원, 후 10분당 1000원. 영화를 2시간 잡아도 도대체 얼마야……게다가 영화는 이미 시작 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다. 이때가 이미 20시 10분. 강변에 있었으면 오만과 편견이 시작했을 시간이라며 또다시 욕을 한바가지. 뭐 어짜피 재웅이가 내기로 했으니 나야 괜찮다 싶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많이 뒤틀려 있었다.

명동역 5번 출구로 나가면 있을거라던 CQN은 아니 CNQ던가-_-; 도대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 가게 사람 어느하나 붙잡고 물어봐도 모른댄다. “혹시 DVD방 아냐?” 라는 의구심도 50%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명동 길바닥을 싸돌아다녔다. 그리고 결국 아는 애한테 전화를 해서 자세히 가르쳐 달라고 부탁가지 했으나……그때! 눈앞에 보이는 극장!

엄청 뛰어갔다. 마구 뛰어갔다. 좁다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이 위에 정말 극장이 있나 싶었는데. 정말 있었다. 매표소로 갔다. “박치기 시작했나요?” “10분정도 됐네요.” “아..제길..그냥 표주세요. 혹시 할인되는 카드 없나요” “예 저희는 이통사 카든 제휴가 안되있거든요” 썡돈 7000원. cgv에서 조조로 본다면 2000원에서 500원까지로 한편 볼수 있다는 극장영화. 도대체 “박치기”라는 놈은 어떤 영화길래 나를 이토록 궁지에 몰아넣은건가!!!!!!

극장에 들어가 맨 뒷자리에 앉았다. 사람도 널널하고 (특히나 맨 뒷자리는 아무도 안 앉아 있었다.) 재웅이는 맨 뒷자리 앞자리에 앉았고. 그렇게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내용 생략-
2시간 가량이 지나고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에 내 손은 불끈 쥐어져 있었다. 앞앞앞에 앉은 아가씨들은 울었는지 울고 있는지 그랬고, 그 앞앞에 앉은 아가씨들도 그랬다. 나의 눈은 이미 희뿌옇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씨빠빠. 너 죽었어. 너 )@(#$*)@(#*$)@#”


아가씨들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지켜본다.
사이트에서 봤던 평중에 이런게 떠올랐다.

[하고 많은 일본 영화중 왜 이게 수입 되었는지 모르겠다]

”]
재빨리 숨차게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를 뺴는데 2시간 30분을 딱 끊었다.
주차비 14000원. 기름값은 6000원만 받기로 하고 그렇게 씨빠빠거리며 명동을 빠져나왔다.

라디오를 틀고 문을 닫고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다.
가슴속은 다 타버릴듯했고 입에선 웃음이 나온다.

위험하다 이런상황

강변북로를 타고 강길을 따라 집으로 다시 왔다.
의도 한건 아니고. 더 빠른 길도 있을텐데. 아는 길 찾아 갔을 뿐이다.
또 청담대교 건널뻔도 했지……

”]

서로를 위로했다.
다음 술마실때 안주거리라도 되지 않겠냐고.
내가 그땐 양평에 데리고 간다고.
먼훗날 후세 사람들은 오늘의 이 만남을 세계를 바꾼 결정적인 만남으로 기릴지도 모른다고…
[많이 미쳐갔다]

그렇게 세상의 바퀴속에 나는 굴렀다.
휘청거리고 길도 못찾고 바둥대고 소리지르고 크게 웃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고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이렇게 헤메지도 않을텐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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