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머니 전 어쩔 수 없는 앱등인가봐요.
그저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코끝에 흐르는 바람은 왠지 모를 과거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듯 친숙하고 또 따뜻한 그런 느낌이었다. 뭐랄까 꼭 집어 말하면 그 때 그 날 그 시간 같았다고나 할까. 언제나 익숙한 이 느낌은 날 그 때 그 시간으로 데려간다.
몇 일 전부터 뽐뿌 휴업게를 들락날락 거렸다. 하지만 그곳은 차기찬 바람을 넘어선 남극의 빙하가 내려온 모습이었다. 가끔 보이는 베s5 그 이상은 안됨이라는 업자들과 모두를 구원해줄 전설속의 메시아 옵G 20만원대 버스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하루하루 심해지는 어머니의 폰에 대한 압박과 이를 견디지 못하고 바다건너 쌀국의 다음4를 주문해 놓은, 그저 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보세요. 드디어 아이뻐5가 예약을 받고 있어요!”
창 밖으로 크게 들리는 여러 사람들의 소리는 무시하며 난 롤을 깍으며 트롤장인이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가오톡 문을 열고 들려오는 친우의 목소리는 여간 잔망스러 웠다. 일단 예약만 해놨다는 그 말은 내게 큰 자극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창 밖을 향해 고개는 들려보게 하였다.
마법의 책상을 지나 화장실 앞을 건너 어둠컴컴한 거실을 지나 멀리 큰방으로 가서 운을 때었다.
“어머니, 관리가 쉬운 아이뻐는 어떠신가요. 원하시는 시스템 글자크기도 이렇게나 크게 할 수 있답니다. 화면은 작지만 어머니의 공기 연동해서 쓸 수 있어요. 거기에 22만별을 깍아준다네요.”
“그래 그럼 그러려무나. 니가 쓰던 4s를 나에게 넘기고 니가 5를 쓰거라”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최신폰을 쓰셔야지요.”
다시 어둠을 지나 화장실 앞을 건너 책상으로 돌아와 휴업게에 들어간 순간. 그 바람이 불었다.
<할부원금 22+13 할인>
이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비인지 아이뻐인지 알 수 조차 없는 혼미한 냄새는 강하게 날 자극 하였다.
오늘 첫 날 이잖아. 그런데 벌써 30만원 기계값 할인이라니, 이건 쿰일꺼야. 서둘러 계산기를 꺼내 두들겨봐도 이건 혁신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도 여기 까지는 내 이성이 털끝이나마 존재했었다는 희미한 기억은 남아 있다.
본인 명의가 아닌 빅부라더 명의로 갤스를 쓰던 이유로 새벽이고 나발이고 4년차인지 3년차 인지 기억도 안나는 신혼집의 밤이고 나발이고(..) 브라더를 소집하여 개인정보를 긁어냈다. 스크발 갤스였기에 게티 아이뻐로 이전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한 시간 반동안 연신내와 고속터미널을 오가며 고민에 빠지다 연신내로 향하여 빅부라더와 어머니의 아이뻐5 버스를 태워보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간 그들을 향한 그리움에 맥주로 달래려 아직도 시끌벅적할 창밖을 바라보니 어이쿠.
내 옆에는 어머니가 앉아 계시고 그 앞엔 빅부라더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니인가. 그리고 빅부라더 옆에는 아직 확실한 형태를 갖추진 않았지만 진하게 작은형아가 분명히 보였다. 그들은 분명 버스를 타고 떠났을 몸인데 왜 아직 여기에……그렇다 어느샌가 나도 버스에 타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환호하고 있었고 즐기고 있었다. 마치 메멘토의 한장면 처럼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스쳤다. 한달 전쯤 미니를 납치해왔던 그 때 처럼. 건대 프리스비 1호 패드 구입자가 되었던 그 때 그 냄새다. 작년 이맘 때즘 4s 예약만 해보지 하고 했었던 그때, 우선차수를 부여받고 맏았던 그 향기. 진한 앱등이의 냄새. 형태는 보이지 않지만 늘 내 곁에서 수호천사처럼 기다리다 시간이 되었을 때 돌아오는 그 냄새.
나는 한낱 앱등이일 것이라는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Epilog
“떠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
버스는 밤새도록 달려 아침녁이 되어 필과 컴미를 태웠다. 그리고 어느샌가 완전한 형태로 작은형아는 고속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 타있었다. 아직 꿈에서 제대로 깨지 않은 꼬를 깨워 버스 옆자리에 태우고 나니 버스는 천천히 다시는 정류장에 멈추지 않기 위해 출발했다. 그 때 하얀 가운을 입은 미청년이 버스 문을 급하게 두들겼다. 이미 버스는 12시 20분에 문을 닫고 출발하였지만 그 청년은 막무가내 였다. 하지만 그 청년은 “2차수” 라는 큼지막한 버스표를 던지고 인디아나 존스 처럼 버스 지붕에 올라섰다.
그리고 버스는 바람처럼 달려 이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