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침을(저녁을) 챙겨먹고 튼 티비에 막 뜬 오프닝 시퀀스. 쟁쟁한 배우들 이름이 나와서 굉장히 놀랐다. 이창동, 설경구, 믄성근, 고아성 등등. 감독은 프랑스인. 도대체 뭐지? 언제 찍은거지? 무슨 영화지? 짧은 단편인가 음 이렇게 시작한 티비 속의 여행자에 끝날 때까지 푹 빠졌다.
감독 우니 르콩트는 한국에서 태어나 영화의 주인공 처럼 프랑스로 입양되어 살아왔다. 그런 그녀의 자전적이라 할 수 있는 여행자는 스토리면에서도 뛰어나지만 더욱더 뛰어난 미장센은 1시간의 이 영화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영화의 바탕에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펼친 배우들이 있었다.
김새론 이라는 아역 배우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않았었기에 난 그저 ‘고아성’의 아역 정도로 생각했다. 헐 그런데 저 멀리서 스쳐지나가듯 다리를 저는 배우는 고아성이 아닌가; 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며 보았다. 문성근은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까메오 수준; 설경구는 혹시 첨에 등판만 나오던 아저씨? 헐~ 하지만 이 여행자라는 영화속에 있는 김새론이란 배우는 아역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하다. 어린 아이기에 세밀한 연기가 부족한게 아닌, 어린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연기 할 수 있는 재능을 보였다. 특히 자신을 묻어버리는 장면은 영화 속 이야기에서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고 느꼈는데, 이런 연기를 담담히 해내는 모습에(돌이켜보니, 보고 있을 땐 푹 빠져서 다른 생각 안함) 다음 작품이 기대 되는 배우이자 10년 뒤가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포스터를 찾아보니, 작년에 어디서 본 포스터다. 홀로 거리를 걷다 볼까 말까 서성이던 하지만 포스터에 적힌 문구들이 땡기지가 않아서 지나쳤던 작품인데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