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귭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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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예전 평일 카운터로 복귀하는. 거의 모든 카운터는 봇이 올리고 있을 듯.

작품 감상을 ccoon.textcube.com 으로 옮긴 후 봇을 다시 전체 차단으로 해놓고 몇 일이 지났다. 방학 동안에 좀비물등 영화들을 많이 보고 감상평들을 짧게 남아 남겼는데 예상치 못한 검색어로 많이들 들어왔덴다. 그것은 제목에도 없고 태그에도 없는 “입찢어진아이” 아마도 입 찢어진 여자 영화 포스팅을 보고 검색해 들어온 듯 했다. 한동안 왜 이 포스트가 입찢어진여자도 아닌 입찢어진아이로 검색되어 들어오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도대체 왜일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이것은 초딩들의 소행으로 결론을 지었었다.
어렸을 적에 정말로 난 이야기를 믿었다. 옆 학교인 광장 초등학교를 다니던 형이 알려 준 화장실 2층 맨 구석 칸에서 빨간 휴지, 파란 휴지를 묻는 귀신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내가 직접 학교를 다니며 무단히도 무서워 했던 빨간 마스크 까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신축 아파트 단지촌인 이동네여서 그랬는지 그리도 자살 이야기가 많았다. 10동 뒤편으로 뛰어내린 몇몇의 사람들 이야기부터 자살율이 높았다고 구전하던 현대아파트 3단지까지 말이다. 이상하게 엠블란스나 경찰의 출입금지 줄이 쳐지는 것은 못봤지만 정말로 뛰어내렸었다는 것들은 개 중 몇개는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질병에 관한 두려움도 컸다. 머리가 아프면 뇌종양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달리기를 하다가 숨이 가빠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면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AIDS에 걸리지 않을까(발생원인도 모른체 걸리면 무서운 병이라는 소리에 그만..orz…)라는 크나큰 근심을 않고 살았다. 그래도 ‘난 술 먹다가 속병은 안걸리겠지’ 라는 생각만은 가졌는데……흑흑 이제는 술 마신 다음 날이 무서워서 술도 맘 놓고 못 마신다.
어디 어디가 좋다 하는 곳을 보면 곧장 가보고 싶고, 어떤 어떤 영화나 책이 재미있다고 하면 바로바로 보고 싶어하는 나는 참 순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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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가 될 수 없는 가능성의 공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소심하고 신경까지 예민한 나 이기에 삶에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보통 이런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귀가 얇다’ 라고 짧게 이야기를 하지만, 짧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상황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정확히는 경험이 많아지면서 나름대로의 대처법들이 생겨 났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살 때는 무조건 ‘스크류바’ 를 산다. 꽤나 긴 시간동안 ‘과연 내가 지금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가장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고민을 해온 결과다. 스크류바가 없을 시에는 ‘조스바’, 조스바가 없을 시에는 ‘바밤바’, 바밤바가 없을 시에는 메가톤바 혹은 쵸코퍼지…이러한 일들을 기회 비용이라 불리운다며 단어를 배운 이후에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마음의 준비와 대처법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리하여 아직까지는 미약한 따름에 몇 가지 들에 대한 원칙 밖에 못 새우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LHC에 대한 말들이 많다. LHC가 만들어 낼 블랙홀이 지구를 삼켜버릴 것이라는 말이 요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등등의 질문을 하게 되는데, 보통 때에 저런 질문들을 본다면 가볍게 생각할 텐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여러가지 고민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고민 이라는 것은 ‘정말로 블랙홀이 생겨서 지구가 멸망’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다. 뭐 지구가 내일 망하든 어떻든 어짜피 죽으라고 태어난 일, 설사병에 걸려 죽든 차에 치여 죽든 어떤 방법에 의해 죽을 지 몰라서 두려움에 떠느니 당당히 ‘난 블랙홀에 잡혀서 죽을 꺼에요’ 혹은 ‘다른 차원으로 통과도 가능할까요?’ 라고 말할 수 있는 편이 속편하니까.
나름 물리학 공부를 본 업으로 삼고(있는지는 모르지만) 형의 말에 따르면 블랙홀이 생겨서 지구가 후루룩 쩝쩝 되는 일은 ‘거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 라고 한다. 여기에서 ‘거의’는 0.01%의 확률도 안되지만 세상에 100% 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데 오는 초극소량의 ‘거의’ 라는 뜻이다.

사실 나에겐 어떻고 저쩌고 이래나 저래나 가능하나 안하나 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나도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것 인가?’ 라는 생각이 스믈스믈 나는게 문제인 것이다. 나에게 그 질문에 대해 관성 처럼 생각하고 답변 하던 것에서벗어나서 한 번 더 생각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회가 문제인 까닭은 0.01%로 안되는 가능성을 50 : 50 으로 동일 선상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광우병처럼 걸린 적이 없는 -입자를 충돌시켜 블랙홀이 만들어져 행성이 사라져버린다!?- 일인지라 50 대 50으로 말도 안되는 균형을 맞추고 있는 자신, 그리고 뒤이어 오는 50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공포감, 결국에 오는 최종 고민은 그래서 내가 과연 ‘이 고민을 고민해야 하는 건가?’ 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내게 ‘자갈치’ 를 먹느냐 ‘짱구’ 를 먹느냐와 같은 일이다.
“자갈치를 씹는 도중에 짱구가 더 생각나면 어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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