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의 시작부터 계속 봐왔지만 이 시트콤은 마냥 신나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충격적인 설정들이 가득했죠.
돈이 없어 뿔뿔이 흩어진 세경네와 돈도 집도 다 가졌지만 가족들사이에 신뢰가 없던 집, 그리고 고달픈 청춘들이 살던 집까지 설정안에 있는 집(가족)구성 중 정상적인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가 앞으로 갈 일은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 되는 시점에서 끝이 나리란 것은 누구나 짐작 할 수 있는 수순이었습니다. 곪은 상처는 터져야 낫듯이 지붕뚫고 하이킥은 곪은 상처 하나하나를 터트리고 아물며 진행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트콤을 보고 매일 웃기 보다는 때로는 씁쓸하게 그리고 웃어도 어딘가 마음 속 뒤끝이 남는 일들이 많았지요.
시청자들 조차도 잊은 이러한 세경이의 처지가 갑자기 블링블링 해진다면, 그것은 이 극 안에서 오히려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빵빵터지는 ‘불편한’ 즐거움을 추구한 지붕뚫고 하이킥을 처음부터 다시 돌이켜 본다면 더욱더 이상한 일이죠. 세경이가 그렇게 된다면 제가 지뚫킥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경이는 모든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남겨진 인물입니다. 등장한 모든 인물들은 세경이를 만났다는 인생의 변수가 생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데 말이죠. 위축되어 있던 모든 캐릭터들이 웃게 되는 시점에서도 세경이만은 점점 움츠려듭니다. 월급이 올랐을꺼라고 생각했지만 잘못받은 봉투였을 뿐이고, 학교에 다닐 수 있을꺼라 믿었지만 사기를 당하지요.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이민 갈 곳은 프랑스어를 쓴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우산을 돌려주고 내리는 비를 맞기도 했지요.
그래서 전 마음속으로 “그저 모두가 좋다 좋다 끝냄 시시할꺼 같아!” 라고 생각해 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생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자존심 강하던 그녀가 이런 저런 귀여운 꽤를 내는 것을 보면서 캐릭터 자체로는 스트레스가 극에 다달하지 않았을까 느껴졌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낸 진심조차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끝을 향해 달려가는 때 가서야 가능했지요.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간절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바램을 들어주는게 죽이는 것 뿐이냐 라고 화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서 만족합니다. 이런 이야기 안좋아하지만, 세경이는 예수와 같은 역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