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다녀야겠다


(급조; 한 기말과제…………….orz)

기말과제 최종일인지라 어제 오늘 막막 달려서 겨우 겨우 마감을 시키고 나갔다. 오늘의 광화문은 월드컵을 방불할 정도로 사람들이 꽉차서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를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중에선 가장 많았다. SBS에서 50만명이라고 했고, 걸으면서 들으니 60만이라고 그런다. 적벽대전도 아니고 정말 대단했다.

아시다시피, 오늘 귀신히 곡할 노릇이 있었다. 명박산성이라는 전대미문의 산성이 도심 한복판에 생긴 것이다. 이 산성은 사탄의 무리로 부터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급조했다는데 급조한 것 치고 효과는 만점이었다. 이미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급부상하였으며, 수십 만의 관광객들 그 앞에서 흔적을 남기고 갔다. 소문으로 듣다 겨우 보게 된 그곳은 정말로 판타스틱했다. 혹여 사탄의 무리들이 천사 명박에게 귀화당한다 하더라도, 서울 사대문들을 문들만 남겨둔것처럼 중앙 이순신 동상 앞의 컨테이너 만큼은 남겨야 한다. 외국인들도 앞다투어 이곳을 올것이라 예상된다.

행진이 시작되었을 무렵, 이것은 행진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행진이란 방향과 대오가 있어야 할터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그저 광장의 확장화가 됐을 뿐이다. 안국동방향으로 향하는 맨앞에 서서 걷다보니, 과연 명불허전, 명박산성이 버티고 있다. 그 앞에서 조곤조곤 앉아있다가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그때 즈음이 되어서 이제는 소리판이 펼쳐져있다. 곳곳에 들리는 사물놀이는 길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정말 음악이었다.

두둥두둥하고 앉아있다가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니 곧곧에 술판이다. 슬슬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걸어가는데 계속해서 술판이다. 첨엔 대학생들 엠티온 분위기 내나 하고 생각이 들다가, 가만보니 다 좀 나이드신 분들이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386들이다. 한두팀이 아닌 것을 확인한 후에야 생각할 정신이 든다. 386은 이제 맥주부대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시위를 계속 다니다 보니, 첨에는 즐기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고 좋았는데 한번두번 계속 보다보니 난 지쳤나보다. 잘못된거 아냐! 외치고 싶은데 정말 분위기가 다들 노는 분위기다. 이쯤되자 내가 심사가 괜히 꼬인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학기도 끝났고, 과제에 수업에 쫓기며 문화제며 시위며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차라리 이리저리 걱정이 많았던 그때가 더 나은 것이었나 싶다. 사실 그것보다 맞는 것에 대한 충격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 듯도 싶다. 더이상 경찰이 대응하지 않는 이 시위가 길게 가려면 즐겨야지, 이게 옳은거 맞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쉬어야 겠다. 나도 듬성듬성 보면 좀 더 유연해 지겠지. 아..여기는 시사인 천막 옆에 또 새끼쳐있다…여기 앉아있다보니 많은 사람 본다. 방금 김작가님이랑 악수했다. 셀수도 없을 많큼 많은 김씨성을 가진 작가중에 김작가, 라고 떡하니 불리는 것을 보니 호옷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은 스무쓰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명박산성(明博山城)
광종(狂宗) (연호:조지) 부시 8년(戊子年)에 조선국 서공(鼠公) 이명박이 쌓은 성으로 한양성의 내성(內城)이다.
 
성(城)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당시 육조거리에 막아놓은 기대마벽(機隊馬壁)이 백성들에 의해 치워지매, 그에 대신하여 보다 더 견고한 철궤로 쌓아올린 책(柵)에 불과하다.
 
이는 당시 서공(鼠公)의 사대주의 정책과 삼사(三司:조선,중앙,동아) 언관들의 부패를 책하는 촛불민심이 서공의 궁(宮)으로 향하는 것을 두려워 만든 것이다.

무자년(戊子年) 유월(六月) 패주(敗主) 두환을 몰아낸 일을 기념하여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자 한성부 포도대장 어(魚) 아무개의 지시로, 하루 밤낮만에 쌓아올려져서 길 가던 도성의 백성들이 실로 괴이하게 여겼다.

한편으로는 그 풍경을 관람코저 모여든 백성이 그 머릿수를 헤아리매 팔만(포도청 추산)이 넘어, 도성 내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도 전한다. [출처:불명]